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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3-14 11: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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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민들도 “이 결혼 반댈세”…족보 엉망된다는 이유 알고보니
내용

입력2024.03.14. 오전 6:09  

 

‘8촌간 혼인 무효,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에 법개정 나섰지만
“인륜 무너져” 반대 여론 강해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 변경을 염두에 둔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5일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법무부 연구 용역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법무부가 친족간 혼인 금지 범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8촌 이내 혈족간 결혼을 무효로 한 민법 규정이 헌법불합치로 결론 나면서 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올 연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부는 최근 혼인 금지 범위를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결과 보고서는 “혼인금지 범위를 기존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5촌부터는 혼인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 민법이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혼인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는 “근친혼에 따른 유전적 질환 발병률도 5촌 이상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결과가 공개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근친혼을 장려하는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우선 유림이 강하게 반발했다.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 유림은 지난달 27일 “가족을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8촌 이내는 고조부를 함께 하는 가족”이라면서 “근친혼 기준을 급하게 변경하면 인륜이 무너지고 족보가 엉망이 된다”고 비판했다.

일반 여론도 환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무부는 근친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근친혼 금지 범위에 대해 75%의 응답자가 ‘현행과 같은 8촌 이내’를 꼽았다. ‘6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15%, ‘4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5%로 조사됐다. 정부 용역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근친혼 금지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7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법무부가 혼인금지 범위 축소 검토에 나선 것은 지난 2022년 10월 ‘8촌 이내 혈족간 혼인한 경우 무효로 한다’는 민법 815조 2호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근친혼이 이미 이뤄진 경우까지 원천 무효로 하면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혼인무효 규정 적용시한을 올해 12월 31일로 정했다. 9개월 안에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아직 개정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안에 개정안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통 규범과 윤리의식에 관계된 문제여서 방향을 쉽게 정할수 없다. 정부안이 제출되더라도 여론이 나쁘면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민감한 친족간 범위는 그대로 두고 ‘무효’를 ‘취소’로만 살짝 수정하는 ‘미세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혼인 무효는 애초부터 혼인이 없던 것으로 간주돼 자녀는 혼외자가 되고 상속도 무효가 되지만, 혼인 취소는 상속·재산분할 등이 가능해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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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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