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30년째 ‘개도국’ 지위 고집하는 중국
입력2022.11.25. 오후 2:24 수정2022.11.25. 오후 3:51
온실가스 배출 1위ㆍ1850년 이래 누적 배출 2위인데 “우리도 기후변화로 피해 막대한 개도국”
최근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폐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기후변화로 인해 개발도상국(개도국)들이 입은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보상하는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와는 별도로, 선진국들은 이미 2009년(COP21)에 개도국의 녹색 경제 전환과 기후 재앙 대처를 돕기 위한 기금을 매년 1000억 달러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었다.
현재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 면에서 압도적 1위다. /자료=글로벌 카본 프로젝트
그러나 현재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 등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98억770만 톤)은 개도국을 온난화 대책을 돕고 손실을 배상하는 이 두 개의 유엔 펀드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국이 이미 전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는데도, 유엔이 1992년에 ‘개도국’이라 분류한 중국의 ‘신분’이 변경하지 않았고 중국 스스로도 한사코 ‘개도국’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스모그에 휩싸인 베이징 시내./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2년에 중국 전체 인구에서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 비율은 49.8%였다. 하지만 이 비율은 현재 ‘1일 소득 2.15 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0.1%로 급격히 줄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 기준)은 1992년 366.5 달러에서 지금은 1만2556달러로 늘었다. 즉, 중국인은 30년 전에 비해 34배 더 잘 살게 됐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2.1톤에서 7.6톤(2019년 기준)으로 늘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1.8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이번 COP27 회의에서 뜨거웠던 주제들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데 별 책임도 없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나라들에 대해 중국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였다”고 전했다.
COP27 마지막 날 회의에서, 190개 나라는 해수면 상승, 더 강력해진 태풍 등 지구온난화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나라들에 대한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내의 극심한 빈곤 지역을 거론하면서, 자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지적에 반발했다.
중국은 일관되게, 선진국들이 1850년 이래 배출한 CO₂ 누적 총량의 95%를 차지한다며, 선진국 책임을 거론한다. 그러나 사실 1850년 이래 누적된 CO₂ 배출량을 따져도,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2위다. <아래 도표 참조>
/자료=carbonbrief.org
중국의 COP27 대표인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특사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도덕적일 뿐 아니라, 합리적”이라며, “중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취약한 국가들과 개도국들의 손실과 피해 주장을 강력히 지지한다. 중국도 개도국으로서, 올해 기후 재앙 탓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환경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도국을 위한 손실ㆍ피해 보상 기금에 참여하면 이는 그동안 기후변화의 책임이 있다고 한 ‘선진국’에 자신들을 포함시키는, ‘레드라인(red line)’을 넘는 것이 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다만, 셰 중국 대표는 “우리 책임은 아니지만” 약 2억8000만 달러를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온난화 대책 명목으로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의 남-남(South-South) 기후협조 펀드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분석가들은 중국이 현재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가 둔화된 상태에서, 중국이 유엔 채널을 통해 개도국의 기후 대책 지원을 확대하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 책임을 인정하며 개도국의 피해ㆍ손실을 보상하는 기금 설립에 동의했지만, 미 의회가 동의할 지는 알 수 없다. 이미 매년 1000억 달러 마련해 개도국의 녹색 경제 전환과 기후 재앙 대처를 돕기로 한 기후기금도, 작년에 바이든 행정부는25억 달러를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연방 상ㆍ하원을 다 장악한 의회는 10억 달러만 승인됐다. 2020년에 선진국들은 이 기후 기금도 833억 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 기금으로 114억 달러를 요청했지만, 내년 1월부터 하원을 장악하는 공화당은 특히 기후 기금에 반대한다. 미국이 개도국에 기후 대책 비용을 내야 한다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개도국에 ‘베푼’ 것에 대해서 우선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COP27 회의에서 27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chul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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