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증·다한증 등 허위 수술” 12억원 챙겨
보험사에 제공된 가짜 사진(왼쪽)과 가짜 환자의 실제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가짜
환자를 모집해 수술 기록을 조작하고 허위 진단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12억원을 타낸 보험사기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속칭 ‘MZ조폭’(20·30대 조직폭력배를 이르는 말)과 의사, 보험설계사, 간호사, 가짜 환자까지 종합적으로 가담했다. 성형외과 원장은 수술을 하지 않아 남는 마약성 마취제에 취한 상태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성형외과 원장 A(38)씨와 병원 관계자, 조직폭력배 등 174명(구속 5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모두 200회에 걸쳐 31개 보험사로부터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브로커 일당은 남성의 유방이 여성처럼 발달하는 ‘여유증’과 땀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다한증’ 수술에 대한 실손 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모집했다. A씨 등 의료진은 실제로 수술하지 않고서 기록만 허위로 꾸몄고, 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했다. 보험 수익금은 병원이 절반을 가져갔고, 가짜 환자(20%), 중상위 브로커(20%), 하위 브로커(10%) 순으로 나눴다.
가짜 환자는 가족, 연인, 부부, 조직폭력배, 해당 병원 관계자, 보험설계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으로 20~30대가 다수였다. 사기조직 일당은 보험금 청구에 대한 손해사정사의 서류심사와 면담에 대비해 가짜 환자를 상대로 대처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가짜 환자 역할을 한 조직폭력배 중 일부는 고의로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거나 타인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면 피보험자 가족 행세를 하면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는 30억원을 대출받아 경기 수원시 인근에 병원 문을 열었지만, 경영난을 겪으면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다른 의사 1명이 프로포폴과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하거나 수술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 A씨 병원 관계자들이 ‘프로포폴 패키지 상품’ 판매를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A씨는 이미 별건의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송치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