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임신·출산 직원 많을수록 포인트
단계별 인센티브로 자발적 동참 유도
가족친화인증 기업 디딤돌 역할 기대
서울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산·양육 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시행한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출산·양육 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대출 우대를 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서울시의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출산·양육 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단계별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저출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기업이 출산지원금과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 등 출산·양육 친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도입을 미루거나 시행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의 2022년 육아휴직통계에 따르면 규모가 큰 300인 이상, 50~299명 사업장에서 일하는 엄마는 80%대의 높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5~49명의 종업원을 둔 기업에선 대상자 중 62.6%만 육아휴직을 썼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32.7%에 불과했다.
또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절반 가까이(46%)가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을 꼽아 법으로 보장된 출산·양육 지원제도조차 눈치가 보여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는 기업의 동참 없이는 저출생 극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어려운 여건에서도 의지를 갖고 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려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시는 이번 지원이 여성가족부가 현재 시행하는 ‘가족친화인증’ 기업이 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포인트제는 기업이 출산·양육 장려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를 실행하면 포인트를 쌓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도록 짜여졌다. 쌓은 포인트에 따라 등급이 산정되며, 등급이 높아질수록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참여 의지만으로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또 사유나 결재 없는 연차 사용, 격주 주 4일제, 재택근무 장려 등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면 무엇이든, 어떤 노력이라도 인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결혼과 출산, 양육 직원이 많을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받게 된다.
포인트는 기존 양육친화 제도 이외에 실제 일·생활 균형에 필요한 제도의 실행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출산·양육 친화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양육친화 제도 활용 및 남성 양육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제도 실행’, 전 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미래세대 지원’ 등 3개 영역 14개 지표로 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주요 일·생활 균형 제도(육아휴직,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가, 유연근로 등)의 ‘실행’에 초점을 맞춘 지표들과 주요 일·생활 균형 제도 외의 고유지표(결혼, 임신, 복귀 등)로 구성돼 있다.
특히 고유지표 중 ‘CEO(최고경영자) 가치 공유’는 기업 CEO의 의지로 만들어진 자체 양육친화제도를 인정하는 지표로 출산축하금, 주 35시간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시는 포인트제라는 새로운 지원방식을 기업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컨설팅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이 과정에서 양육친화 및 일·생활 균형 제도에 대한 안내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가 복잡하고 다양한 양육친화와 일·생활 균형 제도를 인지하고, 일·생활 균형에 더 가까운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시는 세무조사 유예, ‘일반용역 적격심사’ 가점 부여 등 기존 제도뿐 아니라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인턴십 지원, 육아휴직자를 대직하는 직원을 위한 수당(동료응원 수당), 서울형 출산휴가 급여 보전 등 새로운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대체인력 인턴십 지원은 시가 우수한 경력보유여성을 인턴십으로 파견해 육아휴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지원책이다. 인턴십으로도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육아휴직 대직자 업무 대행수당을 매달 30만원 지급해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할 계획이다. 또 출산휴가 90일 중 사업주의 급여지급 의무가 없는 마지막 30일 급여를 지원하고 있는 사업주에 대해 최대 110만원을 보전하는 서울형 출산휴가 급여 보전도 시행한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통한 ‘이자차액 지원 자격 부여 및 보증한도 우대’와 같은 금융지원과 ‘하이서울기업’ 인증 가점 등 가점 우대 지원도 마련됐다.
우수기업에는 ‘서울시장 표창’을 수여하고 다양한 홍보를 통해 ‘일·생활 균형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기업 참여의 관건은 인센티브라는 점에서 징벌적 제도가 아닌 기업이 납득할 만한 보상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시는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발굴·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이 어려운 지표일수록 포인트를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또 산업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업종별로 지표 가중치를 달리하며, 총 포인트를 상시근로인원 수로 나눠 기업의 규모도 고려할 방침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 관련 기관·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홍보도 적극 추진해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다수 청년이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과 출산·육아친화환경 실현이 저출생 극복의 핵심”이라며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직장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