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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6-05 06: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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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檢총장의 '김여사 가이드라인'?…용산 "조율없이 소환통보하나"
내용

 

입력2024.06.05. 오전 5:00 

 

 


 

이원석 검찰총장은 4일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 "성역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소환 필요성을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3일 김건희 여사 소환과 관련해 “법 앞에는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강조한 발언이 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통령실에 파문을 일으켰다. 외형상 수사 원칙을 재확인한 메시지로도 읽히지만 행간에는 ‘김 여사를 소환하라’는 수사 지휘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2일 김 여사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한 지 한 달 만에 총장이 재차 용산과는 아무런 조율 없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장은 전날 퇴근길에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등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소환 조사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수사팀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고 그렇게 지도하겠다”면서 “우리 법 앞에는 예외·특혜·성역도 없다. 그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총장이 언급한 ‘바른 결론’의 의미는 명확지 않지만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라 해도 실체 규명을 위해선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검찰 관계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어스테핑서 "성역 없다" 발언…김 여사 소환하나

 

당초 더불어민주당의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 발의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자처한 도어스테핑에서 이 총장의 김 여사 소환 관련 발언은 중앙지검 수사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이날은 명품백 수수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형사1부·반부패수사2부 수사팀을 각각 실무 지휘할 박승환 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조상원 4차장검사가 고검 검사급 인사로 새로 부임한 첫날이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선 명품백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에서 “김 여사 소환 반드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총장의 공개 발언에 수사팀으로선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 총장 역시 기자들에게 “오늘 중앙지검 1차장부터 여러 차장들이 새로 보임했고 검사장도 얼마 전 보임해 수사팀이 재편돼서 준비가 됐다”며 자신의 발언이 수사팀에 향한 ‘수사 지휘’ 성격임을 숨기지 않았다.

 

 

"수사 결론 유도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도"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장의 도어스테핑 발언은 수사의 원칙론이자 뚝심 있는 검사의 이미지로 비칠 순 있겠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사팀을 한쪽 방향으로 몰고 결론을 유도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장으로선 9월 퇴임을 앞두고 빠르게 결론을 내고 권력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을 수 있지만 수사는 결과로 보여주면 될 일이지 소환 같은 구체적 수사 방법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건 괜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품백 수사는 현재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와 이를 기획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 대한 조사만 이뤄진 상태다. 최 목사에 대한 주거침입·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선 명품백 전달 과정에 개입했거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통령비서실, 경호처 직원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 최종 조사 대상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사팀에 압박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율도 없이 공개 소환 통보 하는 거냐"

 

용산 대통령실은 “아무 조율도 없이 공개 소환 통보를 하는 거냐”며 반발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제껏 소환 시점 조율은커녕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언급조차 없었던 상황”이라며 “이런 식으로 ‘공개 소환 통보’를 한 의도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경호상의 문제 등을 감안해 보안을 유지한 채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소환에 대한 언급은 지난달 검찰 인사를 비롯해 그간 이 총장이 쌓아왔던 불만이 누적된 결과 아닌가 싶다”며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수사상의 특혜를 받아선 안 되지만, 한편으론 영부인이기 때문에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개적인 언급은 최대한 자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편집인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