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본부, ‘임성근 혐의’ 담았지만 군 법무·검찰단 반대에 뒤집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8월 해병대 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중간 단계에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검찰단의 ‘압력’이 가해진 정황을 포착했다. 공수처는 재조사 실무에 관여한 조사본부 관계자 등을 조사하며 보고서 작성 시점과 보고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조사본부와 의견을 교환한 김동혁 검찰단장 등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 수사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조사하는 동시에 통신기록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했지만, 정작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7~8월의 통화 기록이 없는 ‘깡통폰’을 공수처에 제출하면서 통화 내용 규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난달에는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조사본부 수사단장 A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재조사를 맡아 지난해 8월 14일 이 전 장관에게 ‘고 채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사본부는 ‘중간 보고서’ 성격의 해당 자료에서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 대해서는 구체적 혐의 내용을 적시하고 나머지 2명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검토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은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대대장 2명은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고, 사단장·여단장 등 4명은 과실에 대한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같은 달 20일 조사본부는 혐의자를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한 대대장 2명만 피의자로 적시하는 결론을 냈다.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 피의자가 6명에서 2명으로 줄게 된 사정을 규명하는 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수처는 당분간 재조사 실무에 관여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가 바뀌는 과정에 의견을 교환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 등을 상대로 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