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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6-07 1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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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 유화책에도 의사들 반발…"행정처분 중단 아닌 취소"
내용

 

입력2024.06.07. 오전 11:31 

 

 

서울의대 비대위 무기한 휴진 결정…의협, 오늘 자정까지 휴진 묻는 투표
면허정지 행정처분 '중단vs완전 취소'·미복귀자 처벌 여부 '쟁점'
의사들 "잘못 인정해 행정처분 취소를"…정부 "취소하면 그간 조치 정당성 잃어"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엄정대응이라는 기존 방침을 깨고 복귀하는 이탈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대대적인 '휴진' 움직임을 보이며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계적 법집행'을 강조했던 정부가 원칙을 어기며 '의사불패' 신화가 반복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했만, 의사들은 행정처분 중단 대신 취소를 요구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직 수리·행정처분 중단 결정에도 서울의대비대위 "17일부터 휴진"

 

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3~6일 실시한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처분 절차를 완전히 취소하지 않으면 오는 17일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제외하고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동참 의사를 밝힌 교수가 전체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전체 1천475명 중 600명 안팎)이고, 과거 집단 휴진 때 대부분의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의 혼란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의료계 전체로 이런 움직임이 번지며 더 심한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서울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은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출구전략'에 대한 반발이다.

정부는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각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을 최대한 복귀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존의 엄정대응 원칙을 버리고 면죄부를 주는 것인 만큼 집단행동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 '의사불패'가 반복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사례를 들면서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5천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 특정 직역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 온 악습을 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3월 29일 브리핑)고까지 했다.

 

끝없는 의료공백…남은 의료진의 피로는 언제까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사단체들이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며 의정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응급의료센터로 향하고 있다. 2024.6.6 dwise@yna.co.kr

행정처분 취소 아닌 중단, 다시 집단행동하면 처벌 여지

 

정부가 이렇게 내린 결단에 대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행정처분 중단' 조치가 복귀한 의사들이 또 집단행동을 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면허정지 처분을 수련이 완료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인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한다고는 하지만 사직서 제출 후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범법행위'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다시 집단행동을 할 경우 행정처분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또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면 그동안 내린 조치를 부정하는 것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명령을 취소하면 그간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이 사라진다"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집단행동을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하면서도 명분은 지키려는 것"이라면서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그간 조치가 잘못된 것인 만큼 '행정처분 자체를 취소하라'는 의사들과 제재없는 복귀의 길은 열어주겠지만 '그동안의 조치에 잘못은 없다'는 정부가 다시 평행선을 내달리는 것이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복귀 조건으로 정부의 잘못 인정을 들기도 했다.

 


미복귀자 '판단유보'에 "처벌 말장난"vs"일반의 취업 길 열어준 것"

 

소속된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정부는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지난 4일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면서 수련병원은 복귀자와 미복귀자를 가린 뒤 미복귀자의 사직서는 수리할 수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미복귀자는 수련병원을 떠나 일반의로 수련병원이 아닌 병원이나 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도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조규홍 장관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 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여론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장이 사직서를 수리한다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도 면허정지 처분 없이 개원가 등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지만, 의료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결국 사직서를 (냈지만 수련병원이) 수리하지 않는 사람들만 처벌되는 교묘한 말장난이다'는 내용의 글이 유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그동안 생활고를 호소했던 이탈 전공의들에게 일반의로서의 취업의 길을 열어준 것이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복귀자에 대한 제재를 주저하는 것은 환자들을 걱정해서이지 그동안의 조치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며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한대로 사직을 허용했는데 (반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규(bkkim@yna.co.kr)

 

편집인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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