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변호사와 통화 내용 확보
실제 구명 시도 했는지 확인 방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된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임 전 사단장이 사고 이후 사의를 밝히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이 지인에게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실제 구명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변호사 A씨가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해병대 출신인 A씨와 이씨, 청와대 경호처 출신 B씨 등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멤버였다. 최근 국회 청문회 등에선 이들이 지난해 5월 임 전 사단장이 참여하는 골프 모임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 전 사단장은 대화방 멤버는 아니었고 모임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이씨와의 통화에서 “우리 해병대 가기로 했던 것 있었잖아요. 그 사단장 난리 났다”고 했다. 이씨는 “B씨가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VIP한테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A씨에게 말했다. B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 사의 소식을 들었다는 취지다. 통상 VIP는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씨는 임 전 사단장을 언급하며 “원래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포항에 가서 임성근 만나려 했는데 문제가 되니까 사표 낸다고 해서 내가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위에서 그럼 (임성근을) 지켜주려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지. 그런데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했다.
공수처는 최근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로부터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에 관해 두 차례 이상 얘기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조사는 A씨 측이 공익 제보 의사를 전달해 이뤄졌다.
공수처는 이씨 발언이 허풍이었거나, 실제 대통령실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의심 가거나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관해서는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씨가 누군지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이씨를 모른다”며 “이씨가 구명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씨도 구명 로비를 한 적 없고 임 전 사단장과 아는 사이도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A씨는 민주당 보좌관 출신으로 청문회 질의부터 보도까지 각본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