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36억, 전년보다 26% 급증
건설업 비중 17% → 23% 늘어
부산 부동산 개발 수주액 급감
부산의 한 하도급 업체는 지난달 원청으로부터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업체 대표는 “상반기 합쳐 3억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해 직원들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원청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돈을 받을 길이 묘연해져 가슴만 졸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업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임금체불액이 늘어나자 건설업 종사자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주액마저 급감하고 있어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임금체불액은 1조 4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04억 원(26.8%)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체불액은 1조 7846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1조 원을 돌파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로, 이대로라면 연간 최대 체불액 기록을 경신하고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임금체불액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건설업 불황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미 지난해 건설업 체불액은 전년 대비 49.2% 급증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26%나 늘어 2478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체불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6%에서 올해 23.7%까지 늘어났다.
일감이 줄고 일을 해도 돈을 제때 받지 못하자 건설업 종사자는 크게 줄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 2000명(-14.3%) 줄었다. 지난 5월의 경우 건설업 취업자가 12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 2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5월을 기준으로 할 때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 수주액의 감소 폭은 더욱 크다. 지난 6월 부산 지역 건설 수주액은 23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8%나 급감했다. 운수·창고 공사 금액이 소폭 증가했으나 부동산 개발 관련 수주액이 크게 줄었고,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도 감소했다. 건설 수주액 감소로 원청이 어려움을 겪으면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건설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근로자의 임금체불이 급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부산전문건설협회 왕재성 사무처장은 “하도급 업체들은 원청과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대금지급보증이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공사 물량이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용직은 물론 상시 근로자마저 줄면서 건설산업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