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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8-09 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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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적게 일하고 재테크하는 ‘황제’ vs 매일 알바해도 허덕이는 ‘유목민’
내용

 

입력2024.08.09. 오후 12:06

 

 

■ 스펙따라 취준생 알바도 ‘양극화’

고학력은 과외·번역등 고액알바
취준 병행하며 남는 돈은 재테크
물류·서빙 전전하는 ‘유목민’은
체력·시간 뺏겨 취업준비 역부족


“과외 아르바이트 하면서 취업 준비, 재테크도 병행하고 있어요.” “주 6일 물류 일을 하니 공부할 시간도 없어요.”


석 달째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의 상반된 목소리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의 취업 준비(취준)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런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학력·외국어 능통자의 ‘황제 알바’와 육체노동형 ‘알바 유목민’들로 나뉘어 양극화하는 흐름이다. 서울 소재 약대에 재학 중인 한모(28) 씨는 강남구 대치동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시작하면서부터 월 평균 수입이 50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한 씨는 “시급으로 계산하면 10만 원이 조금 넘는다”며 “생활비를 쓰고 남는 여윳돈으로는 꾸준히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어 능력 차이가 빈부 격차를 낳는다는 ‘잉글리시 디바이드’는 알바 시장에도 적용된다. 콘텐츠 번역 플랫폼에서 번역 알바를 하는 취준생 민모(26) 씨는 “재택으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 취준과 병행하기 좋다”며 “한 달에 평균 80만 원을 벌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5000원 수준”이라고 뿌듯해했다. 외국인학교에서 모집하는 버스 통학 보조교사도 하루에 2시간 남짓 일하며 11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지난해 버스 보조교사로 일한 박모(27) 씨는 “등·하교 사이는 모두 개인 시간이어서 취준에 최적화된 알바였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한 청년들은 취준은커녕 생활비 마련에 분주하다. 5년 동안 음식점·주차장·물류센터 등 7개의 알바를 전전했다는 이모(28) 씨가 금~일요일 오후 6시부터 오전 1시까지 일해서 손에 쥐는 금액은 월 70만 원 남짓이다. 그는 “가장 힘든 건 정작 취업을 준비할 시간이나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2023년 9860원) 수준이다. 등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마다 물류 알바를 다니는 A 씨도 학원 수강이나 자격증 준비 등 취준은 언감생심이다. 주 6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5시간을 내리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A 씨는 “SNS로 친구들이 해외여행이나 휴양지에 있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인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청년들이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역대 최장인 11.5개월로 집계됐다.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미취업자도 129만 명(15.8%)을 기록해 전년보다 2만9000명(2.3%) 늘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라며 “가족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력과 연결되며 알바 시장을 양극화했다”고 진단했다.

 

 

문화일보

노지운 기자(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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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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