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료대란 현실화
조선대병원 근처 쓰러진 여대생
2㎞ 떨어진 곳서 수술… 위독 상태
수술할 의사 찾던 노동자도 사망
5일 경기도 성남시 한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환자 외에 일반 진료는 제한되거나 장시간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정부는 이날 응급의료 차질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을 일대일로 점검하는 책임전담관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5일 오전 7시 35분쯤 광주 조선대 체육대학 인근 벤치에 여대생 A(20)씨가 쓰러져 있다는 환경미화원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119구급대가 신고 접수 9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나 직선거리로 100여m 거리인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즉각 갈 수 없었다.
119구급대원이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영상통화를 활용한 스마트 의료지도를 요청했다가 다른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 현장 처치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119구급대원은 응급실 이송을 위해 2~3차례 더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2㎞쯤 떨어진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는 등 심정지 상태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국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는 ‘뺑뺑이’가 속출하는 등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충북에서는 한 응급환자가 무려 16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날 오후 9시쯤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차선 변경 중 전세버스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이 환자는 청주권 병원 4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하면서 수혈, 기관 내 삽관 등 응급 처치를 사고 약 40분 만에 받았다. 이후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돼 사고 4시간 30여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4분쯤 무려 120㎞나 떨어진 강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다. 소방 관계자는 “최초 출동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이송이 늦어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희미해지는 등 위급한 상황도 있었다”며 “상급병원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 한 축산시설 신축 공사 현장 2층에서 70대 노동자가 자재를 운반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10여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응급처치를 한 뒤 인근 병원 여러 곳에 전화해 환자 수용 여부를 물었지만 거부돼 결국 현장에서 50㎞ 떨어진 고신대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고신대병원도 응급실 진료는 가능하나 수술은 힘들어 병원 측이 다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던 중 노동자는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사는 강진숙(52)씨는 이날 암에 걸린 어머니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동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만 응급실 데스크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결국 50분이나 걸리는 해운대 백병원으로 갔다. 강씨는 “응급 환자에겐 시간이 곧 생명인데 앞이 캄캄했다”며 “‘응급실 뺑뺑이’가 뭔지 실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