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9.12 뉴스1
추석 연휴 기간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원 75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는 등 응급·중증 환자 중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다만 응급의료 공백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정부는 “일부에서 우려했던 큰 혼란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 응급실 의료 공백 이어진 연휴 기간
보건복지부와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4일 충북 청주시에선 오전 11시 25분경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경기는 물론 영호남 및 제주 지역까지 모두 75곳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결국 임신부는 신고 접수 6시간 만인 오후 5시 32분경에야 청주 시내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해당 사례에 대해 “25주 이내 조기 분만은 고위험 분만에 해당하는 시술”이라며 “전국적으로 진료 및 신생아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적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15일에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 연락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어 약 90km 떨어진 전북 전주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에서 손가락 접합 수술이 가능한 곳은 전남대병원, 대중병원 등 두 곳이며 전국적으로도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1시 31분경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에선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이 자해해 복부에 30㎝가량 자상을 입었다. 119구급대는 병원 17곳에 수용 여부를 타진한 끝에 사고발생 후 3시간 넘게 지난 오후 4시 42분경에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남성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17일에는 대동맥 파열 환자가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서울로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 정부 “응급실 환자 20% 줄어 혼란 없었다”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에도 불구하고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가 20% 이상 줄어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은 “연휴 전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이 의료 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큰 혼란은 없었다”며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 여러분의 협조로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고비를 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경증 환자는 지난해 추석과 비교할 때 40%가량 줄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만6003명의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했으나 올 추석 연휴에는 하루 평균 1만6157명이 찾았다.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도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과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한편 복지부는 13일 앞으로 병원 응급실이 경증·비응급 상황의 환자를 수용하지 않거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안내’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보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 환자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데 복지부는 이 지침을 통해 정당한 진료 거부 사례를 명시했다. 진료 거부 사례는 △인력·시설 등의 미비 △환자·보호자의 폭행, 협박 또는 장비 손상 등이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