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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2-12-30 1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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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국민마약'부터 히틀러의 중독까지…마약으로 얼룩진 나치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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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마약'부터 히틀러의 중독까지…마약으로 얼룩진 나치 독일

입력2022.12.30. 오전 11:41   수정2022.12.30. 오전 11:42

 

신간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마약이 무서운 건 그 중독성 때문이다. 약을 할수록 더하고 싶어지고, 양도 늘어난다. 이를 억지로 끊으면 심각한 금단 현상이 나타난다.

마약을 개인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문제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 출신의 독일인 작가 노르만 올러가 쓴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는 마약이 제2차 세계대전과 아돌프 히틀러(1889∼1945)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는 '나치가 약물에 절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에 나선다.

그는 근 5년 동안 독일과 미국의 기록물 보관소를 샅샅이 뒤졌고,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수많은 원본 자료를 찾아낸 뒤 마약으로 얼룩진 나치 독일의 치부를 드러낸다.

책은 모르핀 개발부터 히틀러의 마약 중독까지 어두운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나치는 엄격한 반(反) 마약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히틀러 치하에서는 정말 강력하게 중독성이 강하고 악독한 물질이 인기 상품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19세기 초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한 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저자는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약물'이 의학적 목적뿐 아니라 돈벌이 수단이 됐다고 지적한다. 마약과 관련해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는 품질 보증서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성분을 넣은 과자도 출시됐다.

당시 많이 팔리던 '힐데브란트 프랄린'이라는 제품은 카페인과 달리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문구와 함께 3∼9개까지 먹어도 괜찮다고 추천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강력한 효과를 가진 마약 '페르비틴'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 약을 먹으면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은 더 많은 짐을 날랐고, 소방관은 더 빨리 불을 껐으며, 미용사는 더 빨리 머리를 잘랐고, 야간 경비원은 졸음과 사투를 벌일 필요가 없었고…."(61쪽)

독일군은 육·해·공군 할 것 없이 병사들에게 페르비틴을 배급했다. 각성 효과에 빠진 군대는 밤낮없이 진군했고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격했다.
 

히틀러 생가(CG)
[연합뉴스TV 제공]


저자는 히틀러가 누구보다 손쉽게, 또 원하는 때에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 만성 소화불량 증상을 치료하던 히틀러가 각종 마약을 처방받은 뒤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환자 A'로 지칭된 기록을 토대로 히틀러를 "금욕주의자에서 마약 중독자로 변한 독재자"라고 했다.

"그즈음 독재자는 새로운 벙커의 창문 없는 침실에서 흰색 잠옷을 입고, 소박한 야전 침대 위에 군용 담요를 덮은 채 파리하고 쇠진한 얼굴로 누워 있을 때가 많았다." (260쪽)

이 책은 대외적으로는 마약 퇴치 운동을 펼쳤으나 실제로는 온갖 마약성 물질이 난무하던 나치 독일의 위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히틀러를 향해 '주삿바늘과 여러 다양한 줄에 매달린 인형'이라고 꼬집는다.

이 책은 2015년 저자가 처음으로 발표한 논픽션이다. 이듬해 영어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현재까지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됐다.

열린책들. 400쪽.

yes@yna.co.kr
 

김예나(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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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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