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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반려 토끼로 ‘제2의 삶’…이들의 애정 표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용

입력2023.01.23. 오후 5:11   수정2023.01.23. 오후 8:35

 

[애니멀피플] 보호소 ‘꾸시꾸시’ 운영 중인 토끼보호연대
‘제3의 반려동물’이라 불리지만 지자체·공기관서도 유기
“‘방사’라고 버리면 3년도 못 살아…책임있는 입양을”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토끼보호연대 보호소 ‘꾸시꾸시’의 한 토끼가 건초를 먹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긴 귀, 큰 눈, 복슬복슬 작고 귀여운 동물, 토끼. 친숙한 동물로 여겨지지만 우린 토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15일 낮 토끼보호연대(이하 토보연)가 경기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보호소 ‘꾸시꾸시’를 찾았다. 국내 유일의 토끼·소동물 보호단체가 운영하는 토끼 전문 보호소다. 문을 열자 짙은 풀향이 밀려왔다. 70여 마리의 토끼가 1~2마리씩 케이지 안을 지키고 있었다. 주로 낮 시간에 휴식을 취한다는 토끼들은 얌전히 건초를 씹거나 동료의 몸에 기대 쉬고 있었다.
 

유기토끼 돌보다 단체가 꾸려졌다



토끼는 조용하고 사람은 분주했다. 운영진 임혜영, 최승희 활동가가 토끼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동안, 정기 봉사자가 토끼의 물과 건초를 채우고 있었다. “올해가 토끼의 해라고 인터뷰 요청이 엄청 많아요.” 임씨가 하던 일을 계속하며 말했다. 좋지만은 않단다. 토끼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질까 봐.
 

꾸시꾸시 보호소 운영진 임혜영 활동가(왼쪽)와 최승희 활동가가 토끼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토끼를 펫숍, 마트에서 2~5만원에 살 수 있는 것 정말 큰 문제예요.” 최씨는 쉬운 입양이 유기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토끼가 최근엔 개 고양이에 이은 제3의 반려동물이라 불리지만 ‘제3의 유기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자유연대의 ‘2016~2020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는 토끼는 한 해 평균 320여 마리 이상이다.

임씨가 2019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구조한 토끼 ‘마블이’를 안고 나왔다. 당시 아기토끼 9마리와 버려진 마블이는 아기들은 모두 입양 갔지만 아직 새 식구를 만나지 못했다. “꾸시꾸시의 역사를 같이 한 친구인데 아직 보호소에 있어서 안타깝죠.”
 

토끼보호연대 보호소 ‘꾸시꾸시’ 전경. 현재 보호소에는 70여 마리의 토끼가 지내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토보연의 출발에는 ‘유기 토끼’가 있었다. 2018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은 늘어난 유기 토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누군가 한 두마리 갖다 버린 토끼가 그해 10월 80여 마리로 불어났다. 서초구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몇몇 동물단체와 시민들은 직접 토끼를 포획해 중성화한 뒤 정기돌봄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풀 뜯는 토끼 동산’이 만들어지자 토끼에 관한 각종 제보가 들어왔다.
 

지자체·학교까지…쉽게 기르고 버리는 토끼



2020년 여름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 토끼장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동대문구는 주민들의 ‘볼거리 제공’을 위해 2019년 토끼 20마리를 사 공원 내 둘레길 근처에 토끼 사육장을 만들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토끼들은 1년 새 100여 마리로 늘어났다.
 

2020년 6월 서울 동대문구가 배봉산 근린공원에 토끼장을 운영하며 개체가 100여 마리까지 늘어나 논란이 됐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정말 기가 막혔어요. 우리가 흔히 키우는 토끼는 반려동물로 개량된 종이예요. 온도차가 큰 우리나라 외부 환경에선 살아남기 어려워요. 그 해 장마가 심했거든요. 열악한 환경에서 영역 다툼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막 태어난 아기들은 죽어나갔죠.” 최씨는 당시 공무원들이 토끼를 ‘재료비’로 책정했던 것이 지자체의 동물 인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배봉산 토끼 80여 마리는 당시 막 문을 연 보호소 꾸시꾸시로 급히 구조됐다. 배봉산뿐이 아니었다. 전국 지자체와 기관들이 공원, 시설, 학교, 병원 등에 만들어놓은 토끼 사육장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대부분 토끼의 강한 번식력과 습성을 모르고 키우다 개체수가 불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2020년 여름 큰 비가 내리며 배봉산에 있던 토끼들의 생사가 위험해지자 토보연은 어린 토끼들을 구조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지난해 7월엔 경기 군포 수리산에 토끼 40여 마리가 집단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토끼들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키우던 토끼를 ‘방사’한다며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의 주체가 교사인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고등교육을 받고 국가고시에 통과한 선생님들이 유기와 방사의 차이를 몰랐을까요?” 임씨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그렇게 버려진 토끼는 3년을 못 버티고 죽는다고 말했다. 반려 토끼의 평균 수명은 10~13년이다.
 

“행복한 토끼, 마약 같은 매력”



토끼는 개, 고양이가 아니지만 반려동물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반려인’이다. “개 고양이를 키우며 아무런 정보나 상식 없이 키우진 않잖아요. 적어도 한 생명을 책임지려면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죠.”
 

서울 여의도공원에 엄마, 형제들과 함께 버려졌던 ‘호두’는 지금 새 반려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얼마 전 10년을 반려한 토끼 ‘금복이’를 떠나보낸 임씨는 토끼를 이해하면 토끼만의 매력에 빠질 거라고 했다. “토끼가 주는 평화로움이 있어요. 초식동물이다보니 경계심이 높지만 서로 신뢰감을 쌓는 과정이 정말 특별해요.” 유기 토끼였던 금복이는 입양 뒤 눈을 감고 자는데 2~3주가 걸렸지만, 이후엔 아침마다 임씨의 얼굴에 ‘래빗키스’(토끼가 손이나 발, 얼굴들을 핥는 애정표현)를 퍼부었다.

최씨는 이렇게 토끼들이 ‘제2의 토생’을 사는 모습이야 말로 “마약 같다”고 했다. 꾸시꾸시는 6명의 운영진과 20여 명의 자원 활동가의 봉사로 운영된다. 활동가의 피, 땀, 눈물, 지갑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죠. 그런데 얼마 전 모처에서 토끼 사육장을 만들려다가 ‘요즘엔 토끼보호단체도 있어서 함부로 만들면 안된다’며 계획을 철회했대요. 정말 보람찼어요.”

토끼의 해 ‘사지 말고 입양합시다’에 예외란 없다.

수원/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경기 군포 수리산에 유기됐던 토끼 ‘구찌’와 ‘디올’. 토끼보호연대 제공

■ 토끼 상식…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토끼보호연대는 토끼가 주야행성이고 조용해 도시 직장인에게도 좋은 반려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토끼는 개, 고양이와는 다르다. 장점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단점을 미리 알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적합한지 알아보고, 10~15년 동안 함께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토끼에 대한 상식을 간단한 오엑스(OX) 퀴즈로 알아보자.

Q1. 토끼의 주식은 당근이다(X)

= 유명 캐릭터 ‘벅스 버니’는 늘 당근을 들고 다니지만, 토끼의 주식은 당근이 아니다. 평생 앞니가 자라는 토끼는 거칠고 섬유질이 풍부한 건초를 주식으로 한다. 6개월 이전 어린 토끼는 ‘알팔파’라고 하는 건초를 먹이는데 이때는 장이 약하기 때문에 생초와 간식은 소량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성인이 된 토끼는 건초의 한 종류인 ‘티모시’를 먹는다. 간혹 티모시 건초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반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부터 체크해야 한다.

Q2. 토끼의 ‘발바닥 젤리’는 핑크색이다(X)

= 개 고양이와 달리 토끼의 발바닥에는 젤리가 없다. 당근과 함께 미디어를 통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다. 실내에선 잘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바닥 환경에 신경 써야 한다.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이불, 러그 등 바닥재를 깔아 푹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Q3. 토끼도 애정표현을 한다(O)

= ‘토바토’(토끼마다 성격이 제각각)지만 토끼도 반려인과의 교감이 쌓이면 특유의 애정 표현을 한다. 대표적으로 ‘찜콩’과 ‘래빗 키스’가 있다. 토끼는 턱에 취선이 있어서 영역표시나 소유권을 주장할 때 턱을 문지르는데, 찜콩은 반려인에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집사 내 꺼!’라는 선언. 또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인의 손이나 발, 얼굴을 핥기도 하는데 이를 래빗 키스라고 한다. 또 토끼가 편안하고 행복하면 갑자기 벌러덩 드러눕는 ‘버니 플롭’(Bunny Flop)을 하거나 앞뒷 발을 모두 편안히 뻗은 ‘슈퍼맨 자세’를 보인다.

Q4. 토끼도 짖는다(O)

= 대체로 조용한 동물이지만 토끼도 요구사항이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을 때, 후두를 마찰 시켜 짖는 소리를 낸다. 고통을 느낄 때도 이러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마찰음을 내면 아픈 곳은 없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Q5. 토끼는 털갈이가 없다(X)

= 토끼보호연대는 최승희 활동가는 “토끼 1마리의 털 빠짐이 고양이 3~4마리와 맞먹는다”고 말한다. 토끼는 철마다 4차례 털갈이를 한다. 개, 고양이 털이 바닥이나 옷에 떨어진다면 토끼의 털은 가볍게 날리는 편이다. 빠진 털이 집안 구석구석에 쌓이기 때문에 하루 두 차례 청소가 불가피하다.

토끼를 입양하려면,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를 통하거나 토끼보호연대 꾸시꾸시보호소에서 입양할 수 있다. 토끼보호연대의 입양 신청은 네이버 카페 ‘풀 뜯는 토끼 동산’을 참조하면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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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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