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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13 11: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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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BTS·NCT·에스파가 한식구…글로벌 엔터 시장 ‘빅뱅’
내용

 

입력2023.02.13. 오전 9:59   수정2023.02.13. 오전 10:11

 

SM 품은 하이브, 글로벌 영향력 향방
하이브엔 세계 음악시장 지분 확대
SM엔 새출발과 재도약의 계기 될 것
국내 음악계 빈부격차ㆍ다양성 우려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과 NCT, 뉴진스와 에스파의 만남.’

K팝 사상 유례 없는 인수합병이 초읽기에 돌입, 세계 음악 시장 지형도까지 재편될 분위기다. 하이브가 ‘K팝의 출발’을 알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의 지분 14.8%를 사들인 현재, 팝 음악계까지 흔들 ‘공룡 기획사’의 탄생 과정을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미 해외 주요 매체에서도 이번 인수전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블룸버그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K팝 대부(이수만을 지칭)의 편에 서서 IT 공룡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들어오려는 시도를 막고자 혼란스러운 기업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빌보드는 ‘하이브는 어떻게 방탄소년단을 넘어 음악계의 다음 주요 플레이어가 되려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팝 실세(하이브)는 이번 주 주요 인수와 투자를 통해 한층 더 다양화됐고, 자신을 세계 무대에 우뚝 세웠다”고 평가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흐름의 우위에 선 것은 하이브다.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하이브는 이미 이사 추천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SM의 새 이사 후보로 언급 중이다. 하이브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이브가 SM을 품으면 한국 대중음악 초유의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업계의 시각도 다양하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기대감과 국내 음악계의 우려가 공존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SM 품는 하이브…“세계 엔터 시장 재편”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의 SM 인수는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때이니 만큼 자본과 마켓의 측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며 음악을 알리는 데에도 유리해질 것”이라며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몇 년 사이 주류 음악시장에서 K팝의 위상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달라졌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다수의 K팝 그룹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에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 기존 가요기획사들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 합병이 자리하고 있다.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지금은 해체한 여자친구가 소속됐던 쏘스뮤직, 래퍼 지코의 코즈(KOZ) 엔터테인먼트 인수가 그것이다. 하이브의 영역 확장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향했다. 2021년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고, 지난 9일엔 유명 래퍼 릴 베이비와 미고스 등이 속한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K팝의 본류’인 SM까지 밀고 들어온 것이다. 때문에 하이브의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인수는 ‘몸집 불리기’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임 평론가는 “이번 인수는 하이브와 SM의 만남이라기 보다 하이브의 규모가 더 커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음악시장 지분의 변동이 예상된다”고 했다.

하이브의 인수 대상이 된 SM의 기세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SM은 ‘K팝의 시발점’이다. 1세대 K팝 그룹 H.O.T를 통해 중국에서 무서운 인기를 모으며 ‘한류의 도래’를 알렸고, 2001년 보아의 일본 데뷔를 통해 해외 무대 성공 신화를 썼다. 보아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이름을 올린 가수다. 2세대 K팝 그룹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점령했고, 3세대 NCT, NCT에서 파생된 NCT127, NCT드림, 레드벨벳, 4세대 에스파를 통해 ‘진행형 역사’를 쓰고 있다. 하이브는 SM을 흡수하며 ‘K팝의 전통과 유산’을 함께 품는다는 상징성도 안게 됐다.
 

NCT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써클차트 앨범 판매 톱10엔 하이브의 방탄소년단·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SM 소속 NCT드림·NCT127·에스파 등 총 6개 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국내 음반 시장 점유율은 무려 32.7%. 이 엄청난 수치가 한 회사의 차지가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서구 주류 팝시장을 장악한 하이브와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고 세계로 도약한 SM이 만나니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K팝 음원 해외 유통 및 홍보 전문기업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 임원 버니 조는 미국 CNN을 통해 “하이브와 SM의 만남은 원투 펀치”라며 “K팝 역사상 가장 큰 파급력을 일으킬 것이다. 빅3 주요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브와 합쳐진 SM에도 기회가 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평론가는 “근래 들어 빅4 중 순위가 밀린 SM의 입장에서도 경영 측면에서의 정리와 관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새 출발과 재도약의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관측했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공룡 기획사에 밀린 중소회사…다양성, 빈부격차 우려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간 ‘전통의 강자’로 분류된 SM, YG, JYP의 빅3가 점령해온 가요계에 데뷔 당시 ‘흙수저 아이돌’로 불린 방탄소년단이 대성공을 거두며 업계는 빅4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 몇 년간 대중음악계는 이들 4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왔다. 대형기획사가 짜놓은 시장에서 중소기획사나 인디 음악인의 진입 장벽은 높아졌다. 게다가 ‘자본의 규모’가 K팝 가수들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로 돌입한 만큼 가요계의 빈부격차 역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수년 전 등장해 간간이 쓰기 시작한 ‘중소기획사의 기적’이라는 수사가 배경 없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니다. 빅4 기획사가 아니라면 K팝 그룹으로 데뷔해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멜론의 음원 차트에서만 봐도 하이브와 SM 등 빅4가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기획사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심정일 때가 많다”며 “거대 기업들의 합종연횡으로 작은 회사들이 메인 무대로 가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기획사 타이틀이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인데, 하이브와 SM이 결합한 공룡 기획사의 탄생은 기존의 중소기획사와 인디 음악인들을 위축하고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가 되리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음악계에 새로운 자극이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 평론가는 “대형 기획사로의 편중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큰 기획사에서 나온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음악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라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곡의 질감과 예술성에 항상 높은 점수를 줬다. 다양한 중소기획사와 인디신이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낙관했다.
 

고승희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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