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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17 1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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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먹으면 정자 3시간 기절시키는 피임약…그래도 콘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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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2.17. 오전 9:50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 번만 먹으면 약 3시간 동안 정자 활동이 멈추는 초간편 남성용 피임약이 개발됐다. 이 약이 상용화 단계에 오른다면, 콘돔 착용과 정관수술이 전부였던 남성 피임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만한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가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웨일코넬의과대 약리학과 요헨 벅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약을 복용할 때만 정자 활동을 2~3시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정자 활동을 막는 경로를 발견함으로써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결핍 부작용 등을 일으키지 않는 남성 피임약 탄생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을 통해 정자가 몇 시간 동안 기절 상태를 유지해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신약의 장점은 여성 피임약과 달리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adenylyl cyclase)'으로 불리는 세포 신호 전달 단백질인데 약물로 이를 억제하거나 차단해 정자의 움직임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연구진은 TDI-11861라 불리는 약을 개발했다. 이 약을 쥐에 투약해 짝짓기 전, 짝짓기 중, 짝짓기 후 정자 움직임을 확인했다. 정자의 기절 상태는 약 3시간 동안 지속됐고 3시간 뒤부터 정자는 운동성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24시간이 지나자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TDI-11861을 투여한 수컷 쥐는 암컷 생쥐와 정상적으로 짝짓기를 했다. 이 쥐가 52차례 짝짓기를 하는 동안 임신한 암컷은 없었다고 한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멜라니 발바흐 박사는 이 신약에 대해 "사용하기 쉽고, 정자가 원래 상태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남성들이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피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BBC는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신약이 성병까진 예방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능한 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남성 피임약 출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셰필드대 남성의학 앨런 페이시 교수는 BBC에 "남성 피임약 개발을 위해 수년간 많은 실험과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시장에 출시된 것은 없다"며 "이번 동물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같은 효능이 적용될 수 있다면 인류가 찾던 남성 피임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정미 기자(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