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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3-10 11: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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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근육 부족하면 소변 자주 본다…
내용

 

입력2023.03.10. 오전 10:00   수정2023.03.10. 오전 10:03

 

신체 근육량이 적다고 해서 빈뇨로 이어지진 않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근육량이 부족하면 소변 자주 본다는 거 사실이야?'

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몸무게 줄어들고 나서부터 소변을 자주 본다"며 "관련 글 보고 충격받았는데, 근육 붙으면 증상이 정말 덜해지나?"고 했다. 댓글에선 많은 이들이 동조했다. 한 네티즌은 "내 친구 말론 몸을 만드니 확실히 화장실을 덜 간다고 하더라"라고 경험담을 공유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나도 들은 적 있다"며 "근육이 수분을 저장한다더라"고 근거를 대기도 했다. 이렇게 소변을 평균보다 많이 보는 증상을 빈뇨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았을 때 하루 6회 이상 화장실을 간다면 해당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신체 근육량이 적다고 해서 빈뇨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이론적으론 유추 가능… 실험해보니 연관 없어

기전만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소변을 담아두는 장기인 방광은 근육 세포로 이뤄진 기관이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는 "방광 근육과 그 주변 근육에 힘이 없으면 수축을 잘 못해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못해 방광에 소변이 남아있게 되는데, 여기에 소변이 쌓이니까 금세 방광이 차 빈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광 자체가 근육이다 보니 전체적인 근육량이 줄어들면 방광 근육이 약해져 빈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론적으론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도괄약근 등 방광 주변 근육을 단련하면 빈뇨 증상이 나아져 해당 운동이 과민성방광증후군 치료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근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반대로 근육이 없으면 빈뇨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론적 가능성이 있으니 실제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정 교수 연구팀이 제4차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체성분이 수집된 65세 이상 여성 131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근 손실은 요실금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가정의학회지) 요실금은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나오는 질환으로, 방광에서 소변이 배출되는 부분인 요도괄약근 기능이 떨어지거나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인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는 게 주원인이다. 근 손실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나이인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빈뇨의 하나인 요실금과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는 건, 신체 전체 근육량 감소가 빈뇨의 원인일 가능성은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진규 교수는 "일반인에겐 근육량 저하로 빈뇨가 나타나진 않는다"며 "방광암 수술 환자 등 복압을 주기능으로 배뇨 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근육량이 부족해졌을 때 복근 힘이 약해져 배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복압을 주로 사용하는 배뇨는 ▲연세가 매우 많거나 ▲방광암 수술 등으로 인조 방광을 만들었거나 ▲목 디스크 등 신경학적 이유가 있는 등으로 방광 수축이 잘 안되는 사람이 해당한다. 남성 호르몬이 적어도 성 기능과 배뇨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져, 근육량과 배뇨 기능 사이 간접적인 연관성은 있을 수 있다.

한편, 앞서 게시글 댓글에서 근육이 수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어들면 빈뇨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실제로 근육은 수분 저장창고로, 지방 조직보다 훨씬 많은 물을 저장하지만, 근육량이 줄었다고 수분 배출이 많아지지는 않는다.
 

급격히 살 빠지면서 빈뇨라면 당뇨병일수도…


 

사진=인스티즈 캡처
글쓴이처럼 살이 갑자기 빠지면서 동시에 빈뇨 증상이 생겼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병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분비가 잘 안되는 질환을 말한다.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한 채 혈액에 남아있다 보니 평소처럼 먹어도 살이 빠지고 몸은 피곤해진다. 이때 뇌는 혈액 속 농도를 맞추기 위해 갈증을 유발해 수분 섭취량과 배변 빈도를 늘린다. 또 높은 혈당이 신경에 손상을 일으켜 방광을 민감하게 만들면서 빈뇨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는 과민성방광증후군(명백한 질환 없이 강한 요의를 자주 느껴 빈뇨, 야간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중국 연구 결과도 있다.

댓글에서처럼 근육 운동 후 배뇨감이 줄었다면 체지방이 빠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오진규 교수는 "비만이 빈뇨를 유발한다는 내용은 매우 많은 연구로 증명돼있다"며 "살찌면 복압이 증가해 방광이 눌리고, 전립선도 커져 소변이 나가는 길을 압박해 줄이면서 빈뇨 등 배뇨 장애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비뇨기과학회가 11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배뇨장애 환자 11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23 미만인 사람은 평균 배뇨불편지수가 13.2점이었지만 BMI 30을 초과한 사람은 17.4점으로 더 높았다. BMI 23 이상부터 과체중으로 정의한다. 방광과 전립선 주위 혈관의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것도 비만이 배뇨 장애를 유발하는 이유의 하나다. 방광과 전립선이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빨리 노화되기 때문이다.
 

케겔·복근 운동, 배뇨 기능에 좋아

한편, 빈뇨 증상이 심하다면 방광 주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케겔 운동이 있다. 케겔 운동은 항문괄약근과 요도괄약근을 조이고 푸는 간단한 운동이다. 이 운동을 할 땐 두 다리를 붙이고 선 상태에서 까치발을 들고 허벅지를 맞댔을 때 느낌이 나야 한다. 이 느낌이 나도록 5초간 서서히 근육을 조였다가 5초간 풀면 된다. 여성의 자궁과 방광, 남성의 전립선과 방광을 받치는 근육인 골반저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오전 10분, 저녁 10분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소변을 보는 도중에 하면 오히려 잔뇨가 남을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오진규 교수는 "실제로 케겔 운동으로 배뇨 기능이 좋아지는 환자를 많이 본다"며 "케겔 운동 이외 배뇨에 좋은 운동으로는 복근 운동이 있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ls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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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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