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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3-17 1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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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나 없으면 밥도 못 챙겨먹냐?’… 울 엄마·내 와이프 닮은 뮤지컬
내용

 

입력2023.03.17. 오전 9:04

 



■ 내달 1일까지 ‘다시, 봄’

쉰 살 친구 7명의 여행 에피소드

배우들 경험 녹여내 누구나 공감


“한겨울에도 수시로 열이 올라 덥다.” “골반은 쑤시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리고 아려 설거지도 못 하겠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말이라고? 오늘 아침에도 엄마, 또는 아내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출근했다고? 그렇다면 그런 엄마, 또는 아내와 함께 이 공연을 보기를 추천한다. 15일 개막해 다음 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사진)이다.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챙기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고 50살이 된 일곱 명의 친구들은 강원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다. 귀여운 수달 구경에 흠뻑 빠지고, 양손을 얼굴에 갖다 대는 꽃받침 포즈로 인증 사진을 남긴 후 관광버스에 우르르 올라타는 그녀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에 그만 대형 사고가 나고, 그들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사자의 손에 이끌려 저승으로 가지 않으려면, 내가 아직 인생을 더 살아야 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직장에선 상사 눈치, 집에선 취업 준비로 예민한 딸의 눈치를 보는 아나운서 진숙부터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홀로 가정을 책임져온 은옥까지, 7명의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무대 가운데로 나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뮤지컬의 매력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디테일이 가득 담긴 대사다. 버스 사고가 나자 “종신보험 더 들어놓을걸”이라고 아쉬워하고, “우리 남편은 냄비 하나를 30분을 찾는다. 찬장 열면 바로 보이는데” “우리 식구들은 한번 먹은 반찬은 질린다고 안 먹는다” 등 한 번쯤 꼭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대본 없이 배우들이 자신의 경험을 창작진과 나누며 극에 참여하는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형식으로 만들어진 덕분인데, 실제 평균 나이 54세인 배우들의 경험이 극에 가득 녹아 있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연출가 이기쁨은 “출연하는 배우와 실제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진 것으로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생생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합류한 배우 문희경은 뮤지컬 ‘레베카’ 이후 약 3년 만의 무대다. 문희경은 진숙으로 분해 강렬한 랩을 선보이고, 연기경력 도합 425년에 달하는 중견 배우들이 선사하는 하드록, 라틴,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는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박세희 기자(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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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