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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6-13 1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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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프로리그 꺼져”… 中 시골축구에 몰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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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로리그 꺼져”… 中 시골축구에 몰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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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6.13. 오전 3:06   수정2023.06.13. 오전 6:06

 

지도부 ‘국민통합’ 수단으로 활용
택시 기사·목수·학생 등이 선수

 

시합 전 축제 - 지난달 13일 중국 구이저우성 룽장현(縣)에서 열린 ‘2023년 룽장 농촌 축구 리그’ 경기 시작을 앞두고 관람객과 선수단 등이 축구장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중국 농촌 청년들이 뛰는 ‘시골리그’는 프로 축구와 달리 엄격한 규칙을 중시하기보다 경기와 분위기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다이셴펑망
중국에서 농촌 청년들이 뛰는 ‘시골리그[村超·촌 슈퍼리그]’가 프로축구 리그를 대체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계가 잇따른 비리 적발로 사정 대상이 되고, 주요 구단주인 부동산 회사들이 자금난으로 발을 뺀 상황에서 시골리그가 프로축구 리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에 중국이 더딘 경제 회복과 미국의 봉쇄·압박으로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시골리그를 ‘국민 통합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골리그는 지난달 13일 중국 구이저우성 룽장현(縣)이 주최해 닻을 올린 ‘2023년 룽장 농촌 축구 리그’다. 룽장현 청베이신구(區) 축구장에서 아마추어 축구팀 20곳이 매주 금·토·일 토너먼트를 벌인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택시 기사, 목수, 학생, 교사 등 전문 선수 코스를 밟지 않은 ‘일반인’들이다. 경기는 다음 달 29일까지 이어진다.

시골리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 방역 해제 이후 최고의 볼거리’로 소문을 탔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땀 흘리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순수하게 즐기는 축구 대회가 고연봉 프로 선수들의 부진한 활약상을 보는 것보다 낫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시골리그 개막식은 현에서 시민들을 총동원해 1만명이 참석했는데, 5월 하순부터는 경기마다 5만명 이상 관중이 몰려 만석이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시골리그를 띄워주고 있다. 국영 CCTV 축구 해설위원 한차오성이 직접 현장에 와서 경기를 중계하며 “프로 선수들보다 시골리그 선수들이 공을 더 잘 차네”라고 했다. 국영 신화통신은 시합을 벌일 때마다 ‘유럽 리그 부럽지 않다’며 대서특필한다. CCTV·바이두 온라인 중계방송은 동시 접속자 700만명을 기록했고, 누적 조회 수는 수억회에 달한다. 시골리그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열띤 응원 분위기에 고무돼 장거리 슛이나 고난도 플레이를 선보이는 빈도가 높아졌다. 지난 9일에는 펑황촌(村)팀과 붙은 신중촌팀의 고등학교 1학년생 샤오샹젠 선수가 골대 사각지대에 꽂히는 ‘원더골’을 선보여 일약 스타가 됐다.

시골리그는 엄숙한 규칙보다 축제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지의 소수민족들이 대거 참여해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음식을 들고 나와 관중에게 나눠준다. 한때 경기장의 전기가 끊어지자 어둠 속에 5만 관중이 휴대폰 조명을 켜서 밝히며 애국 성향 노래를 부르는 순간도 있었다.
 

메시가 베이징에 도착한 10일, 그가 묵는 호텔 앞에 중국인 팬들이 모여 있다./EPA연합뉴스
중국에서 축구를 이용한 국민 통합 노력은 해외 축구 스타 초빙으로도 나타난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는 오는 15일 베이징 궁런(工人)경기장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친선경기에 출전한다. 메시의 방중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메시가 베이징에 도착한 10일, 그가 묵는 호텔 앞에는 메시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을 입은 수백명의 팬이 모였다. 이들은 “메이시! 메이시!”라고 환호성을 지르며 메시를 맞이했다. ‘메이시(梅西)’는 메시의 중국식 이름이다. 아르헨티나와 호주 경기의 입장권 가격은 최저 580위안(약 10만5000원)부터 최고 4800위안(약 87만원)이지만, 암표는 1만8000위안(약 324만원)까지 치솟았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b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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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