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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8-01 1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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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뤼순감옥 박물관 ‘안중근 전시실’ 폐쇄… 재개관 일정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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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뤼순감옥 박물관 ‘안중근 전시실’ 폐쇄… 재개관 일정도 없어
내용

 

입력2023.08.01. 오전 3:01

 

보수 흔적 없는데 “시설 보수 중”
5월께 한국 관련 시설만 문 닫아
당시 尹 대만해협 발언에 中 반발
“한중관계 악화가 영향 미친 듯”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旅順)감옥 박물관에 있는 안중근 전시실이 폐쇄됐다. 뤼순감옥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5개월간 갇혀 있다 1910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곳이다. 안중근 전시실은 31일 기준으로 최소 두 달 이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며 재개관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시실 폐쇄는 5월 전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발언해 중국이 반발했던 시기와도 겹친다. 이에 한중 관계 악화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자물쇠로 채워진 안중근 전시실

 

지난달 30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 박물관 내 ‘뤼순의 국제 전사들’ 전시실의 외부 모습. 다롄=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뤼순감옥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안중근 전시실 폐쇄 사유와 재개관 일정 등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시설 점검 및 보수 중”이라며 “재개관 날짜는 모른다”고 답했다. 점검 대상이나 보수 이유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뤼순감옥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다롄을 점령했을 당시 운영했던 감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일제의 포악함과 중국공산당의 항일운동 역사를 보여줄 수 있어 중국 당국도 최고 등급(5A) 바로 아래인 ‘4A 등급’ 관광지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전시실은 안중근 의사, 신채호 선생 등이 수감돼 고초를 겪었던 뤼순감옥을 그대로 보존했다. 창문 밖에서 들여다본 전시실 내부에 안 의사의 동상, 그가 순국 전 남긴 유언을 한글로 인쇄한 종이 등이 보인다. 현지 교민과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시실은 최소 두 달 이상 폐쇄됐다. 다롄=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물관에는 10여 개 전시실이 있는데 이 중 한국 독립투사들 관련 시설만 폐쇄된 상태다. 안 의사가 수감됐던 독방 전시실과 신채호 이회영 선생 등 뤼순감옥에 수감된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뤼순의 국제전사들(國際戰士在旅順)’ 전시실 등이다. 이 전시실은 2009년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광복회 등이 뤼순감옥 측과 오랜 협의 끝에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이다. 안 의사 흉상과 옥중 글씨 등이 전시돼 있어 ‘안중근 전시실’로도 불리며 한국인 관람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다롄 지역 교민과 한국인 여행객들에 따르면 올 4월 초까지는 이 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박물관을 찾은 한국인 관람객들이 폐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뤼순감옥 박물관을 찾은 지난달 29, 30일에도 다른 전시실은 모두 개방돼 있었지만 안중근 전시실은 여전히 폐쇄돼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 아예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봐도 시설 정비나 보수가 진행 중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옆 전시실 직원은 “왜 폐쇄됐는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한국인 관광객은 “안중근 전시실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시설 보수나 점검이 진행 중이라면 박물관 측에서 사전 공지를 하고 재개관 날짜도 알려야 하는데 그런 정보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했다.
 

● “한중 관계 악화로 항일 계승에도 영향”


교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중 관계 악화가 안중근 전시실 폐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시 없이도 눈치껏 알아서 조치를 취하는 사례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4월 24∼30일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는 “부용치훼(不容置喙·말참견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까지 겹치면서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다롄에서 안 의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민간 활동을 주도해온 한 교민은 “올 상반기 계획했던 관련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면서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협업했던 중국 측 관계자들이 모두 한중 협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항일(抗日)은 한중이 공유하는 역사인데, 한중 관계 악화가 이를 계승하는 데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롄=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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