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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6-28 11: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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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아저씨 탈출 위해"… 수염 제모하는 남성들
내용

 

입력2023.06.27. 오전 11:52   수정2023.06.27. 오전 11:54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피부과에는 수염을 제거하기 위해 제모를 받는 남성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피부과. /사진=이홍라 기자

"아저씨 탈출을 위해."

그루밍(grooming)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최근 미용과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 많아졌다. 이들은 남보다 돋보이기 위해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특히 과거 남성성을 상징하던 수염은 최근 들어 지저분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피부과를 드나드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수염을 없애는 레이저 제모를 받기 위해서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피부과의 달라진 풍속도를 머니S가 취재했다.

남성 레이저 제모, 이렇게 진행합니다

레이저 제모는 생장기에 있는 모발에 700~800nm 파장을 가진 레이저를 사용해 모낭과 모근을 파괴해 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피부과. /사진=이홍라 기자

경기 부천시 한 피부과 전문의 A씨는 요즘 부쩍 레이저 제모를 받는 남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제모받는 남성의 시술 부위는 대부분 턱"이라며 "근래에는 겨드랑이 등 턱이 아닌 다른 부위를 시술받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피부과 전문의 B씨 역시 턱수염 제모 시술을 받는 남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B씨는 "남성은 대부분 턱수염을 제거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턱 외에도 겨드랑이나 가슴, 팔, 다리, 배 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시술받는다"고 덧붙였다.

레이저 제모는 생장기에 있는 모발에 700~800nm 파장을 가진 레이저를 쏘아 모낭과 모근을 파괴해 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피부과마다 시간 차이는 있으나 대개 마취크림을 바른 후 20~50분 지나면 레이저가 모낭과 모근을 파괴한다.

A씨는 "레이저 제모는 생장기의 모발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한달 간격으로 5~10회 시술받을 것을 추천한다"며 "레이저 제모 후 다시 모발이 자랄 때는 비교적 가늘게 나와 반영구적 시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레이저 제모는 왁싱처럼 한 번에 털을 제거하는 방식은 아니다"며 "시술을 4~8회 받으면 털이 80%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술은 한달 간격으로 진행하고 회차가 거듭할수록 털이 점점 가늘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구 제모는 아니라며 1개월 간격으로 8회 정도 시술받은 후 3~4개월에 1번씩 피부과에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깔끔한 이미지를 원해"

남성이 레이저 제모를 시작한 이유는 '깔끔한 이미지' 때문이다. 사진은 김모씨(남·27)가 레이저 제모를 받고 난 직후 모습(왼쪽)과 레이저 제모를 받기 전 모습. /사진=김씨 제공

레이저 제모를 받으면 피부과를 한달 간격으로 최소 5번 방문해야 한다. 또 레이저 제모를 받는다고 해서 털이 아예 자라지 않는 것도 아니다. 피부과에 방문하지 않는 시간 동안 면도도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보통 5회 기준으로 평균 50만원이 넘어 절대 저렴한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남성들이 제모를 즐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깔끔한 이미지'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씨(남·34)는 오는 11월 결혼을 앞뒀다. 예비신부의 추천으로 레이저 제모를 시작한 박씨는 현재 2회차까지 진행했다. 평소 턱에 수염이 많이 자라 고민하던 박씨는 "한 번뿐인 결혼인데 최대한 깔끔한 모습으로 입장하고 싶어 레이저 제모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 제모 시술을 두 번 받은 박씨는 아직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마취크림을 발라도 시술할 때 너무 아파 다음달에는 제모받지 말까 생각할 정도"라며 "그래도 이미 결제한 금액이 아까워 꾹 참고 온다"고 웃어보였다.

다른 시술을 받으러 피부과에 방문했다가 레이저 제모를 알게 된 직장인 김모씨(남·27)는 1년 무제한 패키지를 결제해 현재 6차례 시술받았다. 평소 수염이 빨리 자라는 김씨는 저녁만 되면 거뭇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자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기 시작했다.

시술 전 매일 면도했던 김씨는 현재 2~3일 간격을 두고 면도한다. 김씨는 "시술 전엔 저녁만 되면 주변인으로부터 면도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취크림을 바르지 않고 시술한다고 밝힌 김씨는 아저씨를 탈출하기 위해 시술받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만큼 아픈 고통을 참아낸다고 덧붙였다.

수염이 두껍게 자라는 게 고민이었던 직장인 정모씨(남·28)는 여성 지인을 통해 레이저 제모를 알게 됐다. 수염자국 여부에 따라 깔끔한 인상과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정씨는 레이저 제모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8회까지 진행한 정씨는 수염이 눈에 띄게 얇아졌고 이전에 비해 수염이 확실히 안 자란다고 감탄했다.

정씨는 "시술 전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번 면도하지만 여행을 가거나 주말에는 면도하지 않아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수염이 줄었다"며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수염자국도 안 보여서 좋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마취크림을 발라줘도 시술할 때 고통이 느껴진다"며 "특히 인중이 굉장히 아프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는 냄새가 나 심리적으로 무섭다고 밝혔다.

"레이저 제모? 저는 안 해요"

레이저 제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성도 많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레이저 제모를 받는 남성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현재는 면도를 열심히 하는 박모씨(남·27)는 나이가 들면 수염을 길게 기르는 게 로망이다. 면도하기가 귀찮지만 박씨는 나중에 수염을 기를 때 제약이 많아 제모 시술을 받지 않는다.

박씨는 "레이저 제모로 수염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수염을 기를 때 제약이 많다고 들었다"며 "미래를 생각해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직장인 홍모씨(남·27)는 한 달에 1번 주기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밝혔다. 지인에게 레이저 제모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홍씨는 제모받을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손사래를 쳤다.

홍씨는 "대기시간까지 고려하면 1시간가량 소요된다"며 "수염에 매달 한 번씩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싶진 않다"고 설명했다. 또 직장인이라 주말에만 피부과에 방문할 수 있는데 주말엔 예약조차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이모씨(남·25)는 레이저 제모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5회 기준 50만원이 우습게 깨진다"며 "이 돈으로 신발이나 옷을 구매해 나를 꾸미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레이저 제모를 일종의 피부미용으로 보고 남성이 여성처럼 스스로를 꾸미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남성도 상당했다.
 

이홍라 기자 (hongcess_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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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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