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16. 오후 6:50 수정2023.07.16. 오후 6:51
찰스 테일러
이연희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현대인의 자아는 불안정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지도 못한다. 개인들이 파편화·원자화되면서 실존의 위기를 겪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주류 윤리학은 이런 '만성질환'을 해결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의무를 따지고 절차의 합리성을 판단할 뿐, 일상의 생각과 행위를 이끄는 도덕의 원천을 탐구하지 않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실존의 위기, 불안, 혼란 등을 철학적 주제로 삼아 자신의 사상을 구축한 철학자가 있다. 찰스 테일러다. 그는 현대 윤리학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 중 한 명이다. 테일러의 윤리학은 실천학적 접근을 취한다. 그는 윤리학을 '실천학'으로 재건하려 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 해답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테일러는 불안과 상실감은 개인주의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수단적으로 맺어지는 인간 관계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테일러는 '나에게 좋은 삶'을 성취하려면 '선'(善)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명료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선은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언어·문화 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좋은 삶을 향유하려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에 참여해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와 부단히 대화해야 한다.
책은 테일러가 제시하는 선 개념을 자세히 살핀다. '자기해석', '실천이성', '실천적 성장' 등 열 가지 키워드들을 통해 선을 해석한다. 책을 통해 테일러의 윤리 사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길잡이로 삼아 진정 자유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3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테일러는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역사학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경제학·정치학을 각각 공부했다. 맥길대와 옥스퍼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맥길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그는 일찍부터 학문 활동과 정치 활동을 병행한 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기자(py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