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17. 오전 9:38 수정2023.07.17. 오전 9:4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뇌졸중 명의'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한국인 사망원인 4위인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로 나뉜다. 뇌졸중은 치명적인 응급질환이므로 발생 즉시 응급실로 와야 된다. ‘시간이 생명’인 뇌졸중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안된다. 최근 뇌졸중 치료에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상태가 안 좋은 뇌졸중 환자도 혈전제거술, 혈관우회로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뇌졸중 명의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를 만나 뇌졸중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그는 뇌혈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신지호 사진기자
-뇌졸중 혈전제거술 같은 뇌졸중에 비교적 최신 치료법이 있다면?
뇌경색의 경우는 뇌혈관이 막힌 다음에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와야 한다.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막힌 혈관을 재개통시킬 수 있다. 4.5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을 못했다면 ‘혈전제거술’을 시도한다. 혈전제거술이란 대퇴동맥을 절개해 카테터를 넣고 기계적으로 혈전을 흡입하거나 포획하는 것이다. 혈전제거술의 경우 2015년 임상적인 근거를 확보했다. 4.5시간이 지나 늦게 온 뇌졸중 환자에게 시도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긴 것이다. 혈전제거술은 뇌졸중 발생 후 24시간까지 해볼 수 있다. 혈전제거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거나 24시간이 지나 뒤늦게 병원에 왔다면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해볼 수 있다. 두개강 안에 동맥이 막혀서 안 뚫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두개강 바깥에 동맥을 가져와 막힌 혈관에 연결해 혈액이 우회해서 흐를 수 있게 한다.
-뇌출혈은 어떤가?
뇌출혈의 경우는 저절로 출혈이 된 자발성 뇌 내출혈,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있다. 이 경우 역시 응급실에 빨리와서 조기에 재출혈을 막아야 한다. 출혈로 인한 뇌압 상승과 뇌부종이 심해지면 뇌에 2차적 손상이 생기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뇌출혈은 과거에는 주로 개두술을 했지만, 파열 범위가 크지 않다면 대퇴 동맥을 통해 들어가 백금 코일로 막는 색전술 등을 시도한다. 여의치 않으면 개두술을 하고 클립으로 파열된 혈관을 집는 클립결찰술 등을 시도한다.
-뇌졸중은 사망원인 4위로 과거에 비해 순위가 내려갔다?
2000년 대까지만 해도 뇌졸중은 사망원인 2위였지만, 최근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사망 원인 4위로 내려왔다. 발생률도 줄었다. 뇌졸중이 감소한 이유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관리율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더불어 혈전제거술, 혈관우회로술 등 최근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서 사망률이 줄었다.
-뇌졸중 기여위험도 50%는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고혈압이 치명적인 이유는?
고혈압은 뇌경색, 뇌출혈 모두에 악영향 미친다. 혈압이 높으면 지속적으로 혈관벽에 높은 압력을 가하게 되면서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특히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혈류가 많이 가는 장기이므로 혈압의 영향에 민감하다. 또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장기도 뇌이기 때문에 그만큼 혈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뇌졸중은 뇌경색이 80%를 차지하고, 뇌출혈이 20%를 차지한다. 뇌경색이 훨씬 흔하지만 사망률만 따지면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높다. 특히 혈압이 높으면 뇌출혈의 경우 출혈량이 많아져 예후에 치명적이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응급실에 도착해도 재출혈 가능성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다. 고혈압은 뇌졸중 발생 뿐만 아니라, 뇌졸중 발생 후 사망률, 후유증과도 관련이 깊다.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신지호 사진기자
-뇌졸중 의심 증상과 응급실 선택 요령은?
뇌졸중은 의심 증상이 발생했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119 연락해 응급실로 와야 한다.
의심 증상은 가장 흔한 것이 ‘안면마비’다. 입이 비뚤어지거나 한쪽 눈만 감기는 등의 안면 비대칭이 나타난다. 그 다음에 ‘팔다리 마비 혹은 감각 이상’,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 뇌졸중이 심하면 의식저하까지 발생한다. 혹시 환자가 토를 했다면 고개를 돌려서 흡인을 예방해야 한다. 폐렴 등 2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이 있다면 일분 일초가 아깝다. 집에서 가까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응급실로 내원을 해야 한다. 응급실에 올 때는 119에 연락해서 구급차를 타고 와야 한다. 종합병원 이상급의 큰 병원이라면 혈전용해제 투여 같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다. 개두술처럼 큰 수술을 해야 한다면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야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왜 늦게 오나?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 의심 증상에 대해 알고 있어 과거보다 병원에 빨리 오는 편이다. 다만 밤에 뇌졸중이 발생했다면 주변 사람이 알아채지 못해 늦게 발견되거나, 자는 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 독거 노인, 치매 등 평소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들이 고위험군이다.
-뇌졸중으로 병원에 오면 어떤 진단과 치료 과정을 거치나?
뇌 MRI검사에서 혈관이 막힌 것이 확인되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관을 개통시켜야 한다. 혈전용해제는 뇌졸중 발생 4.5시간 내에 투여해야 효과를 본다. 정확히 언제 뇌경색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에 빨리 와야 한다. 혈관이 아예 막혔거나 병원에 늦게 왔다면 혈전제거술, 혈전제거술에도 혈관이 안뚫렸다면 혈관우회로 수술을 한다. 이 수술은 3일에서 일주일까지 해볼 수 있다. 뇌졸중 치료법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와야 한다.
뇌출혈의 경우 뇌동맥류 파열이 가장 많다. 파열돼서 오면 풍선이나 코일을 삽입해 터진 곳을 틀어막는다. 풍선이나 코일로 해결이 안 되면 클립으로 터진 부위를 집는 클립결찰술을 진행한다.
뇌 안에 작은 동맥이 터지는 자발성 뇌 내출혈의 경우 출혈양이 많지 않다면 혈압약으로 해결을 한다. 출혈양이 많아 뇌압 상승, 뇌부종이 심해지면 개두술을 해서 혈종 등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 뇌압을 낮춘다.
-뇌동맥류의 경우 전혀 증상이 없는데 진단이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혈역학적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벽이 얇아지면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있거나 흡연자가 고위험군이다.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에는 증상이 없다. 동맥류가 거대해져 뇌속 구조물을 눌러 눈동자를 움직이는 신경 부위를 압박하면 복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극심한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2차적으로 증상이 나타나 뇌동맥류를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뇌혈관 CT, 뇌혈관 MRI 검사를 하다 우연히 뇌동맥류를 발견한다.
-뇌동맥류 색전술을 해야할 때는?
뇌동맥류로 인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50%나 되므로, 파열 위험이 있다면 예방적 치료를 해야한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부위를 백금 코일을 실타래처럼 엮어서 막는 코일색전술을 주로 한다. 다만 T자 모양으로 혈관 분지에 생긴 동맥류는 코일을 안착시키기 어려워 WEB 삽입술을 한다. 코일색전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치료법으로 바스켓 모양의 WEB 하나를 뇌동맥류 안에 안착시킨다. 코일색전술에 비해 시술이 간단하고 소요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너무 큰 동맥류는 스텐트를 삽입한다. 스텐트를 삽입하면 항혈소판제제(아스피린, 플라빅스 등)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위가 안 좋은 등 금기증이 있으면 스텐트 치료가 제한적이다.
- 뇌동맥류 파열 예방 목적으로 개두술도 하나?
그렇다. 대퇴동맥으로 들어가서 진행하는 뇌혈관 내 수술이 어렵다면 머리를 열고 동맥류가 있는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혈관을 클립으로 집는 클립결찰술을 진행한다. 뇌혈관 내 수술보다 확실한 치료이며 재발도 적다. 복잡한 모양의 뇌동맥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 뇌졸중 예방법은?
뇌졸중 예방을 위한 조절 가능 인자는 최대한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대표적이다. 이런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철저히 관리하고 금연과 절주를 해야 한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혈압약을 먹고 있더라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으므로 식이조절과 운동은 필수다. 식이의 경우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줄여야 하고 칼로리도 과잉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루에 30분 운동은 꼭 해야 한다. 자기만의 운동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도 아침에 일어나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매일 한다. 나이 들수록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다만 관절이 망가지지 않고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예방을 위한 생활 관리는 물론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를 한 번 정도 해보는 것이 좋다. 일례로 특별한 이유 없이 뇌혈관이 좁아지고 폐쇄되는 모야모야병은 젊은 나이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며 아시아에 특히 많다. 모야모야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 뇌혈관 CT, 뇌혈관 MRI 검사를 젊더라도 한 번쯤 해봐야 한다.
- 뇌졸중 환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나에게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생겼을까 낙담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아야 한다. 뇌졸중이 또 올 수 있으므로 2차 예방에 힘써야 한다. 적극적인 회복 의지를 갖고 재활 치료를 받아야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보통 6개월 이내 회복이 되고, 그 이후엔 후유증이 고착이 된다. 뇌졸중 후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꽤 많은데, 적극적인 관리로 최소화해야 한다.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신지호 사진기자
장동규 교수
가톨릭 의대에서 신경외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혈관 내 수술과 뇌혈관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뇌혈관외과 의사로 지금까지 1700례 이상의 뇌혈관 수술을 했다. 까다로운 환자라도 끝까지 수술법을 고민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첨단재생 치료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러시대학병원에서 뇌혈관 내 수술을 연수하고 아리조나 피닉스의 BNI(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에서 뇌혈관수술 및 뇌기저부 수술 등을 연수했다. 현재는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총무이사이며, 2019년 젊은 뇌혈관외과의사모임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에서 다수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금숙 기자 lk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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