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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8-25 1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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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반복되는 영재의 수난… IQ높다고 조기입학 오히려 독 된다?
내용

 

입력2023.08.25. 오전 9:42  수정2023.08.25. 오전 9:45

 

IQ204 천재 소년 백강현(10)이 유튜브를 통해 서울 과학고를 자퇴한다고 밝혔다./사진='백강현'유튜브 캡처
IQ204 천재 소년 백강현(10)이 올해 3월 서울 과학고에 입학했다가, 6개월도 안 돼 자퇴했다. 백강현군의 아버지는 자퇴 이유로 왕따 등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빠른 교육 과정 진급 후 환경 적응에 어려워 한 우리나라 천재들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8살 최연소로 대학에 입학한 송유근(25)은 부적응을 이유로 2년 만에 대학을 그만뒀다. 3살에 미적분을 풀고, 4살에 IQ210을 기록해 당시 세계 최고 천재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김웅용(61)은 10살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선임연구원이 됐지만 18살 한국으로 귀국해 다시 검정고시를 쳐 21살 충북대에 입학했다. 김웅용은 2014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천재라고 불리기 싫었다"며 "평범하게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준 높은 반으로 진급, 오히려 인지 기능마저 떨어뜨릴 수 있어

인지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 영재 진급 시스템은 영재들의 정서·사회적 발달 능력은 물론 인지 능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진급하는 영재의 나이는 보통 정서 등 사회적 능력이 매우 활발히 함양되는 아동기 혹은 초기 학령기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초기 학령기 때는 가정을 넘어 더 큰 사회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면서 애착·독립감을 기르고, 자신의 정체성 틀을 형성하고, 친구의 개념에 변화가 올 시기다"라며 "집단에 속하지 못하거나 따돌림 등을 경험하게 되면 발달 결핍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강한 스트레스로 이어지면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자신보다 수준이 더 높은 반으로 진급한 학생은 인지 발달 능력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버트 마쉬(Herbert W. Marsh)와 존 파커(John W. Parker)의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뛰어난 집단에 들어가면 학문적 자아개념(타인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자신의 학업 수준)이 떨어져 실제 성적도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현재까지 41개국의 8~15세를 대상으로 한 이론 증명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사회성 발달 핵심… 나이보다 우호적 관계 형성

월반, 진급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수준에 맞는 진급과 좋은 관계성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만 있다면 오히려 진급은 영재를 함양하는 매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외국은 진급 시스템이 활용이 매우 활발하다"며 "진급보다, 진급한 학생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나 지원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서은 교수는 "정서와 사회성 발달을 위해 꼭 어울리는 집단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단에서 형성된 사회적 관계에서 환영, 지지받는 느낌이 어린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사회적 성장을 돕는다"고 했다.

실제로 진급한 학생 중 만족하고 있다고 한 학생들을 분석했더니 나이와 상관없이 동료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했다. 전남대 물리교육과 최재혁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6년 과학영재학교 조기입학 학생 8명을 심층 면접해 학교 적응력을 분석했다.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영재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진급 후 환경에서 만날 동료들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도 실험참여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와 좋은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학교에서는 전체 석차를 비교할 수 없고 각자 선택한 과목별로 성적이 나오게 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학습적 동기는 꾸준히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큰 물고기 작은 연못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과학영재학교는 입학 전형에서 별다른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조기 입학생이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생 중 중학교 조기 졸업생이 7.3%나 됐다.
 

외국에서도 영재 사회적 능력 발달 중요시해

다른 나라 영재 교육은 어떨까? 해외에서도 영재들의 사회적 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영재 학생들을 조기에 식별하는 걸 중요시하는 데, 동시에 적응 장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다. 2024/2025학년도까지 방법을 찾는 게 목표다. 싱가포르에서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개별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홍콩과 중국에선 아예 사회적 능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영재 선발 과정에 포함된다. 홍콩에선 '사회 정서적 평가'를 중국에선 '심리적 성격 특성과 참여 청도'를 평가해 사회성 발달 정도를 측정한다.
 

이슬비 기자 ls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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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