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달려오는 차량에 손을 들어 길을 건너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이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횡단보도에서 손을 가볍게 올려 횡단 의사를 표시하면 달리던 차량 10대 중 9대는 멈춰선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동일한 장소에서 실험했을 때의 차량 일시 정지비율(88%)보다 1.5%p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횡단보도에서 손짓하지 않았을 경우 일시 정지하는 차량 비율은 28.3%에 불과했다. 10대 가운데 3대만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췄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실험 때 수치(34%)보다 5.7%p 하락한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이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보행자 보호의무를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그해 7월부터 시행된 게 계기였다. 당시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때에도 자동차에 일시정지 의무를 부여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 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위해 양보하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의사가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였다. 이 때문에 보행자가 달려오는 차량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횡단 의사를 표시하면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데 유용할 거라는 판단에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시행해본 2차 손짓 실험에서도 그 효과가 다시 입증됐다. 공단 안전교육부의 정의석 교수는 “보행자의 가벼운 손짓은 운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하는 일종의 넛지(Nudge)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실험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월 31일과 9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역 교차로 및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보행자 3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85.3%가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손짓’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또 ‘손짓’ 경험자 중 83%는 “운전자를 향해 손짓을 하면 더욱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횡단보도 손짓’이 보행 안전에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도로교통공단에서 벌이는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접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54%에 그친 것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주민 공단 이사장은 “이번 2차 실험 결과를 통해 손짓 캠페인의 효과와 반응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보행자와 운전자가 보다 많이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