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10.18. 오후 5:53 수정2023.10.19. 오전 1:03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 핵심 진료과 줄줄이 휴진 심해지는 병원 뺑뺑이 영호남·강원 주민 30%는 30분내 응급 이송 불가능 5년간 중증환자 145만명 절반이 골든타임 지나 도착 ◆ 의대정원 골든타임 ◆ 2017년 목포중앙병원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됐다. 당시 지역에서는 환영 현수막이 내걸릴 만큼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해 지정이 철회됐다. 이유는 딱 한 가지. 흉부외과 의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 구인난'은 단지 지방 병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기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순환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의학과 의사 모집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성남의료원은 서울 강남과 가깝고 연봉도 2억8000만원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의사를 구할 수 없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역 공공의료의 중추기관인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에서 37개 과목이 휴진 중이다. 전국 공공의료기관 222곳 가운데서는 44곳 총 67개 진료과가 휴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의료원 지불보상체계와 재정 지원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역의료원 3곳 중 2곳은 일부 필수진료과에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기준 지역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부여받은 지역의료원 35곳 가운데 9개 필수진료과 전문의가 모두 있는 의료원은 10곳(28.6%)에 불과했다. 위급할 때 찾게 되는 응급의료체계의 지역 간 격차는 더욱 크다. 응급의료체계에서는 소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30분 내 도달률이 중요한데, 국립중앙의료원이 분석한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이내 도달 불가능한 인구 비율'에 따르면 지역 간 격차가 컸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기준 서울은 0%였고 인천(3.1%)과 울산(2%)을 제외한 광역시는 모두 30분 내 응급실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어촌지역인 전남(36.9%) 경남(30.1%) 경북(29.7%) 강원(29.4%)은 이 비율이 30%대 안팎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구급차를 타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소위 '병원 뺑뺑이'를 도는 사례가 많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 부재 등의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된 이른바 '병원 뺑뺑이'를 경험한 이들이 817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3명은 적당한 병원을 찾지 못해 3차례나 병원을 옮겨야 했다.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했다고 답한 이들이 1608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중증 응급환자가 제시간에 치료기관에 도착한 비중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필수의료과 전문의 부족을 꼽는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증 응급환자 145만명 중 절반에 이르는 71만명이 적정 시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 최혜영 의원은 "정부는 응급의료에 재정 지원을 쏟아가며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응급실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의사 인력난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의료진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날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최영석 충북대병원 원장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의료 수요가 늘고 진료과목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지역 중소병원은 의사 고용에 큰 문제가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는 (의사 수급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사 수급을 위해) 지자체와 관련 정부부처를 찾아갔지만 한계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남우동 강원대병원 원장 역시 전날 국감에서 "경험과 소신에 비춰 의료인력 확충은 100% 필요하다. 지금 확대해도 늦는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이 증가해도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역에서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의사 총량이 확대되면 지역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나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희진 기자 / 김정범 기자] 심희진 기자(edge@mk.co.kr),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