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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12-06 11: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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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 낫다는 근거 쌓였다… 하지 정렬 정확도 크게 높여
내용

입력2023.12.06. 오전 9:54

 

[관절·척추 나우 上] 로봇 인공관절

10년 전만 해도 큰 이점 없던 로봇수술
수술 시간 줄이고 하지 정렬 정확도 높여
분당 서울나우병원, 로봇 인공관절 앞장
한국인 골격 맞는 인공관절 사용도 적극

 

지난 8월, 류호광 센터장<왼쪽 첫번째>이 몽골 현지 환자 대상 로봇 수술을 시연하는 모습. 몽골국립의과대 부속 몽골­재팬병원의 나란바트 정형외과 과장은 수술을 참관하고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진화하고 있다. 보통 암 수술에서 개복이나 내시경 수술을 대체했던 로봇이 인공관절 수술까지 맡게 된 것이다. 오래 사용해 닮아버린 무릎뼈를 오차 없이 절삭하고 정확한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하기까지 한다. 분당 서울나우병원은 완전 자동형 로봇으로 국내 인공관절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임상 경험을 통해 한국인에 최적화한 인공관절까지 개발하고 치료 성과를 국제학회에 발표하고 있다.

인공관절 로봇수술, 10년 전만 해도 어려웠지만

서울나우병원 류호광 센터장

 

초기나 중기 관절염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를 실시한다. 그러나 연골이 모두 닳아서 무릎뼈가 맞닿지 않는 말기 관절염이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의사가 집도하는 일반수술과 로봇수술이 있다. 의사가 직접 집도하면 수술 시간이 짧아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자 입장에서 경험이 적은 의사에게 수술 받으면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로봇이 의사의 손을 대신하게 되면 정해진 부위를 정확하게 절삭하고 임플란트를 삽입하기 때문에 오차가 줄어든다.

10년 전만 해도 인공관절 로봇수술은 회의적이었다.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1세대 로봇은 환자의 움직임 등으로 수술 범위가 계획과 달라져도 자동으로 멈추지 않았다. 따라서 수술하던 의사가 작동을 중지한 다음 다시 설정해야 했다. 한 쪽 무릎을 수술하는데 100분이 넘어가는 건 물론, 잘못하다가는 뼈가 이상한 방향으로 절삭된다거나 인대가 다치는 경우도 생겼다. 서울나우병원 류호광 로봇인공관절센터장은 "당시 인공관절 로봇수술은 일반 수술과 치료 결과는 비슷한데 기계적 한계로 시간은 훨씬 오래 걸렸다"며 "의사들 입장에서는 굳이 로봇을 이용해야 할 확실한 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결과, 100%가 하지 정렬 기준 맞춰

3세대 로봇의 등장으로 인공관절 수술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현재 임상에서 쓰이는 로봇들은 CT 영상을 토대로 무릎 관절의 상태를 정확하게 계측한다. 사전에 가상 수술을 해보고 수술 도중에는 광학 센서를 이용해 오차를 최소화한다. 오차가 감지되면 저절로 멈추거나 수술 도중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로 인해 로봇으로 한쪽 무릎을 수술하는 데 60분이 채 걸리지 않게 됐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의 치료 결과가 일반 수술을 앞선다는 근거들이 쌓이고 있다.

서울나우병원은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지난달 초, 스페인에서 개최된 '2023 인공관절 국제학회'에서 발표했다. 병원에서 실시한 인공관절 일반 수술 45례와 로봇수술 45례의 1년 간 예후를 비교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하지 정렬이다. 하지 정렬이란 고관절부터 발목을 잇는 축을 뜻하는데 관절을 교체했더라고 이 축이 정렬돼야 통증도 없고 인공관절을 오래 쓸 수 있다. 이상적인 축을 0도라 했을 때, 수술 후에는 3에서 3도 안에 들어야 잘 된 수술이라고 본다.

연구 결과, 일반 수술은 66%만 이상적인 하지정렬 기준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적으로 보고된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로봇수술은 100%였다.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하지정렬은 0.24(오차범위 1.26)였고 일반수술은 0.525(오차범위 2.98)였다. 이외에 출혈량, 수술 후 6개월간 통증 수치도 로봇수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 센터장은 "3세대 로봇이 2016년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니 아직 임상 결과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10~15년 정도 지금과 같은 치료 결과들이 쌓이다 보면 인공관절 수술에 있어 표준치료법은 로봇수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오래 쓰려면… "한국인 생활습관에 맞아야"

하지 정렬과 함께 인공관절 수술 예후를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은 마모율이다. 인공관절은 기존 연골을 대체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생활습관 등에 따라 마모될 수 있다. 마모가 지속되면 무릎 통증도 재발하고 최악의 경우 인공관절을 한 번 더 교체하는 '재치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20년 안팎이지만 10년도 못쓸 수 있다.

인공관절 마모율을 줄이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몸무게가 1kg 늘 때마다 무릎으로 가는 하중이 2~3배 증가하므로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 과정에는 체중 관리가 포함돼 있다. 이외에 한국인에 맞는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무릎 뼈 전면이 좁은 반면, 후면은 넓다. 또 한국의 고령층은 소파나 의자에 앉기보다는 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을 하는 비율이 높다. 기존의 인공관절은 서양인의 골격과 생활 방식에 맞게 만들어졌다.

서울나우병원은 한국형 인공관절 'b.r.q Knee (Bending, Rotating and Quantum leap Knee)'를 사용한다.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무릎 앞부분이 더 많이 닳는다는 점 등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병원 연구팀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한국인의 무릎뼈 356개의 골격을 직접 측정하고 인공관절에 적용한 결과다. 류 센터장은 "기존 인공관절은 무릎을 120도 정도만 굽힐 수 있어 한국인에게는 조금 헐거운 신발, 헐거운 옷과 같았다"며 "b.r.q Knee은 150도까지 굽힐 수 있게 설계돼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자세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봇수술도 의료진 실력 중요
 

인공관절 로봇수술은 로봇이 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로봇이 정확한 위치를 절삭하고 계획한대로 하지 정렬을 맞추는 건 맞다. 그러나 환자의 관절상태는 모두 다르다. 환자의 데이터에 따라 절삭 부위, 임플란트 삽입 각도 등을 결정하는 건 의사다. 연부조직의 정렬을 맞추거나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서울나우병원은 2023년 기준 한국형 인공관절 수술만 8000례를 달성했다. 인공관절 로봇수술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 학회에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로봇수술 시연을 위해 초정하기도 한다. 지난 8월엔 자국 내 환자들에게도 로봇수술을 시행하기 위한 몽골국립의과대 부속 몽골­재팬병원의 요청에 류 센터장 직접 가서 현지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을 다섯 차례 시연했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os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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