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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1-23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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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70대 이상 셋 중 한 명은 "황반변성", 치료 늦으면 실명 위험
내용

입력2024.01.23. 오전 7:01

 

40대 이상 유병률 13.4% 
초기엔 선 휘어 보이거나 암점
망막·혈관 동시 촬영해 진단

정상인, 영양제 안 먹어도 돼
습성, 눈 주사제 치료로 시력 보존
금연 필수·자외선 노출 피해야

부산의료원 안과 박건형 과장이 빛간섭단층촬영 장비로 황반변성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현대인의 눈은 신체 부위 중 가장 혹사 당하고 그만큼 빨리 늙는다.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중심부, 황반에 변성이 생겨 시력을 잃게 된다. 부산의료원 안과 박건형 과장의 도움말로 황반변성에 대해 알아본다.

■환자 90%가 60대 이상

나이가 들면 망막 바깥의 망막색소상피층 기능이 저하되면서 망막에 노폐물이 축적된다. 염증과 신생혈관 생성이 촉진돼 황반 아래에 매우 불량한 혈관 조직인 맥락막신생혈관이 자라나게 된다. 맥락막신생혈관은 출혈이나 망막에 물이 차는 문제 등을 일으켜 황반을 손상시킨다. 노폐물이 축적돼 망막이 위축되는 경우를 건성황반변성, 맥락막신생혈관이 자라는 경우를 습성황반변성이라고 한다.

질병청과 대한안과학회의 2017~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황반변성 유병률은 40세 이상에서 13.4%,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3.2명당 1명 꼴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18년 17만 7355명에서 2022년 42만 3491명으로 4년간 138.8%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2022년 기준 70대(36.9%), 60대(30.4%), 80대 이상(21.5%) 순으로 60대 이상이 88.8%를 차지했다.

초기 증상은 일상 생활에서 직선이 휘어보이거나, 시야를 가리는 암점이 생기는 것이다. '암슬러 격자'(그림1)라는 바둑판 모양의 자가검진도구를 이용하여 스스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한쪽 눈을 가리고 30cm 거리에서 중심점을 보았을 때 격자의 가운데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선들이 휘어져 보이거나 끊어지는 부분이 있거나(그림2), 격자를 가리는 암점(그림3)이 있으면 반드시 안과에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과에서는 안저촬영, 빛간섭단층촬영,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 여러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특히 빛간섭단층촬영이 중요하다. 박건형 과장은 "부산의료원의 최신 빛간섭단층촬영 장비는 망막의 정밀한 단층촬영은 물론 기존에 정맥주사제를 투여해야 가능했던 혈관 촬영 기능도 겸하고 있다"면서 "혈관조영제 부작용이나 주사제 투여로 인한 불편 없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검사와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 자가진단도구인 암슬러 격자. 한쪽 눈을 가리고 30cm에서 중심점을 봤을 때 가운데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선들이 휘어져보이는 경우(왼쪽에서 두 번째), 격자를 가리는 암점이 있는 경우(세 번째)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산의료원 제공

■영양제, 중기 이상에 효과

초기 건성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느 정도 생길 수 있어 크게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중기부터는 눈 영양제 복용을 권장한다.

2001년 미국 국립 눈연구소가 대규모로 진행한 나이 관련 눈 질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비타민 C·E, 베타카로틴, 아연 복합 성분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중기에서 후기로 진행되는 것을 25%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황반변성이 중기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들에 한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후속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틴 대신 루테인을 추가한 복합 성분이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지금은 루테인(10mg), 지아잔틴(2mg), 고용량 비타민 C·E, 저용량 아연(25mg)이 포함된 눈 영양제가 추천된다.

박건형 과장은 "실제 눈에 좋다고 알려진 여러 식품이나 영양제 중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입증된 것은 많지 않다"며 "특히 황반변성이 없는 정상인이나 초기 황반변성 환자는 굳이 눈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습성황반변성은 눈 주사제, 레이저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습성의 경우 과거에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했지만, 최근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 효과가 입증된 눈 주사제가 속속 도입돼 환자의 시력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65세 A 씨의 경우 부산의료원에서 한 달 간격으로 3회 주사 치료를 받은 뒤 망막하액(망막 아래 물이 찬 것)이 없어지고 물체가 찌그러져보이는 증상도 사라졌다. 이후 3개월마다 주사 치료를 받고 있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을 하면 황반변성 유병률이 2.2배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도 황반변성 위험도가 45% 증가하고, 고콜레스테롤혈증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족 중에 황반변성 환자가 있으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도 피하는 게 좋다. 비타민제나 등푸른 생선, 녹황색 채소가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박건형 과장은 "한쪽에 이미 황반변성이 발생한 경우라면, 반대쪽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황반변성은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 만큼 정기적인 검진과 자가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5세 A 씨는 시력이 저하되고 물체가 가끔 찌그러져보이는 증상으로 부산의료원을 찾아 주사 치료를 받았다. 빛간섭단층촬영에서 망막하액(원 안)이 관찰된 모습과 3차례 주사 치료 후 망막하액이 사라진 모습(오른쪽). 부산의료원 제공

최혜규 기자(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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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