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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2-11-23 13: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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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고려청자 모은 '고려비색' 방, 중앙박물관의 또 다른 명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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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모은 '고려비색' 방, 중앙박물관의 또 다른 명소 된다

입력2022.11.22. 오후 3:52   수정2022.11.22. 오후 3:53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9년만의 개편

청자 양각 용무늬 참외모양 매병. 전남 강진 사당리 가마터 출토 11편을 짜맞췄다. 일부 편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조각을 아래위로 다 붙여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에 병 굴곡에 맞는 철제 틀을 별도로 제작해 지지했다. 지지대 중 청자의 무게가 실리는 곳은 투명 실리콘으로 완충해 조각이 상하지 않도록 했다. 정면에서 보면 깨진 청자가 스스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이 새 단장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롭게 개편한 청자실을 23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청자실 개편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국보 12점, 보물 12점을 포함해 총 250여점의 고려청자를 한 자리에 모았다.
 

자연광에서 제일 예쁜 색, '비색' 살리기

국보 청자 참외모양 병. 고려 인종 장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 왕실 청자의 품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꽃을 꽂는 꽃병으로 추정된다. 김정연 기자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고려 청자의 빛깔을 일컫는 말인 ‘비색’이다. 은은하면서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 고려청자를 ‘비색청자’라 부른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빛을 조정해 ‘비색’을 살리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강경남 학예연구사는“개인적으로 발굴조사 때 개울에서 막 건져낸 청자가 태양광 아래서 빛나는 걸 보고 청자에 빠졌을 정도로, 청자의 비색은 자연광 아래서 보는 게 가장 아름답다”며 “자연광에서 보는 색과 가장 비슷한 색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방향의 조명 조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유약이 두껍게 발린 부분은 조도를 조금 높이고, 얇게 발린 부분은 조도를 조금 낮추는 등 섬세한 조정 끝에 전시장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비색을 구현했다. 이애령 미술부장은 "자연광에서 보는 아름다움의 80% 정도 재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은 방에 국보 5개 스포트라이트, '고려비색' 방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중국과 비슷한 요소가 전혀 없는, 고려에서만 발견되는 스타일의 유물로 가치가 높다. 토끼 세 마리가 맨 아래에서 향로를 받치고 있다. 김정연 기자
가장 강조한 공간은 전시장 가운데 배치한 ‘고려비색’ 방이다. 조명이 거의 없이 캄캄한 방에, 고려 청자의 진수로 꼽히는 상형청자(특정한 동물이나 사물의 형태를 본뜬 청자) 중 국보 5점, 보물 3점을 포함해 18개의 청자만 빛나도록 했다.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청자 사자모양 향로, 청자 어룡모양 주자, 청자 귀룡모양 주자, 청자 사람모양 주자 5점은 개별 진열장에 한 점씩 놓고 360° 각도에서 모두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귀룡모양 주자 등딱지에 쓰인 '왕(王)'자, 어룡모양 주자를 빙 둘러싼 비늘 조각이 유약 두께 차이로 다른 색을 띠며 늘어서 있는 모습 등도 가장 가까운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이 공간의 정중앙에 위치한 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 유물로 꼽히는 12세기 작품으로, 10세기 자기 제작을 시작한 고려가 20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청자 제작기술을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킨 성과를 보여준다.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위에 향 연기가 빠져나오는 부분은 하나하나 파낸 투각 기법을 썼고, 아래 꽃잎 하나하나는 틀에 찍어서 붙이는 등 고려청자를 만드는 다양한 기법을 볼 수 있는 유물"이라며 "청자나 도기류는 중국과의 교류로 영향을 받은 작품이 많은데, 이 향로는 고려의 고유한 스타일이고 중국을 비롯한 어디에도 유사한 작품이 없다"고 설명했다. 향로의 바닥에서 몸집의 몇십 배를 지탱하는 세 마리 토끼가 시선을 붙잡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새단장한 '청자실' 언론 공개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이 약 1년에 걸쳐 새로 단장한 상설전시관 3층 청자실을 22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청자실 내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상형청자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깨진 조각도 다시 보자… 용 무늬, 개구리 무늬 등 주목

청자 양각 용무늬 참외모양 매병. 용 4마리가 빙 둘러 입체적으로 새겨져있어, 고려 왕실에서 의례나 행사 때 사용했던 도자기인 것으로 여겨진다. 김정연 기자
온전한 상태가 아닌, 깨진 채 발견된 청자편(片)도 이번 개편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왕실 도자기를 만들던 전남 강진의 가마터에서 발견된 청자 양각 용무늬 참외모양 매병은 깨진 조각 11개를 짜맞춰 세웠다. 일부 편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조각을 아래위로 다 붙여 전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에 병 굴곡에 맞는 철제 틀을 별도로 제작해 지지하고, 청자의 무게가 실리는 곳은 투명 실리콘으로 완충해 조각이 상하지 않도록 했다. 정면에서 보면 깨진 청자가 스스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짜맞춘 부분에서 확인된 것 만으로도 용 4마리가 그려져 있어, 고려 왕실에서 사용한 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 강진 가마터는 고려 왕실의 도자기를 만들던 곳으로, 지금도 민간 업체가 발굴을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조각이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고려 시대 주요 가마터였던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발견된 청자편을 짜맞춰 전시한 모습. 잎이 넓은 파초, 두꺼비 등 다른 유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희귀한 무늬들이 확인된다. 김정연 기자
또 다른 고려 시대 주요 가마터이자 상감청자의 본산지로 알려진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발견된 도자기 조각도 특이한 무늬를 담고 있다. 잎 넓은 파초, 두꺼비 무늬 등은 다른 유물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무늬다. 전시장에는 각 유물마다 상감 기법(무늬를 내기 위해, 표면을 파낸 자리에 다른 흙을 채워넣어 색을 내는 방법) 등 제작기법을 설명한 모식도도 있다.
허형욱 학예연구관은 "용도와 제작기법을 궁금해하는 관람객이 많아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술적인 원리를 그림으로 풀어 설명했다"고 말했다.

국보 청자 상감 모란 넝쿨무늬 조롱박모양 주자. 다양한 상감 기법을 사용해 상감청자의 화려함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김정연 기자

청자 상감동화 포도동자무늬 주자와 받침의 일부. 그릇의 겉면을 무늬대로 파낸 뒤 다른 색의 흙으로 채워넣는 '상감' 기법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구리 안료로 채색하는 '동화' 기법을 모두 써서 포도 무늬와 동자 무늬를 표현했다. 김정연 기자

청자 상감 소나무 인물무늬 매병. 악기를 연주하는 인물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김정연 기자
 

"고려 청자는 우리나라의 자랑", 제 2의 '사유의 방' 염두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만 전시한 '사유의 방'은 박물관 전시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핫한 장소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에 개편한 청자실 '고려비색' 방도 사유의 방과 유사하게 작품에 집중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연합뉴스
고려 비색 방에는 별도로 작곡한 음향을 틀어, 시각과 함께 청각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공개 후 호평을 받은 '사유의 방'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이애령 부장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사유의 방'을 꼭 가야할 곳으로 꼽듯이, 고려 비색 방도 박물관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고려 청자는 중앙박물관 만의 자랑이 아닌 한국의 자랑이고, 이렇게 훌륭한 청자가 많다는 걸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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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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