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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4-19 12: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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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편의점 맥주 사서 KFC로"… 지갑 얇은 MZ의 선택
내용

 

입력2024.04.19. 오전 11:51  수정2024.04.19. 오전 11:53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우리에겐 너무 비싼 맥주·소주… 콜키지 프리 식당이 뜬다
"곱창에 와인 한잔… 술값 2만원 아꼈어요"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와인을 중심으로 콜키지 프리(Corkage-Free) 문화를 도입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목동양대창 음식점에서 가져온 와인과 위스키를 안주와 함께 마시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와인을 중심으로 콜키지 프리(Corkage-Free) 문화를 도입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목동양대창 음식점에서 가져온 와인과 위스키를 안주와 함께 마시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곱창집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마실 수 있다니 너무 새롭고 신나요!"

오후 7시 퇴근 후 찾아간 서울 양천구 한 곱창집에는 몇몇 테이블에 낯선 와인병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소주와 맥주를 팔지만 나머지 주류는 외부에서 가져와서 마셔도 되는 '콜키지 프리'(Corkage-Free) 식당이다.

지인들에게 좋은 위스키를 맛보게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 성모씨(25·남)는 "위스키를 좋아해 '콜키지 프리 식당 리스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이 문화에 대해 잘 안다"며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주류를 들고 와서 식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같이 동행한 대학생 장모씨(25·여)도 "매일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랑 맥주만 마셨는데 각자 취향인 주류를 들고 와서 먹는 것은 처음"이라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 재밌고 술값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흐뭇해 했다.

콜키지? 콜키지 프리?… 2030 중심으로 마니아층 섭렵

사진은 직장인 성모씨(25·남)가 콜키지 프리 식당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샴페인의 마개를 따는 모습. /영상=정수현 기자

사진은 직장인 성모씨(25·남)가 콜키지 프리 식당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샴페인의 마개를 따는 모습. /영상=정수현 기자
콜키지는 와인 마개인 '코르크'(cork)와 요금을 뜻하는 'charge'의 합성어로 손님이 직접 술을 가져오면 잔을 주고 서빙을 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콜키지 프리는 잔을 비용없이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식당 주인에 따라 콜키지부터 콜키지 프리까지 도입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콜키지의 경우 1병당 1만~3만원으로 가격대가 다양하며 일부 가게는 1잔당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반면 콜키지 프리 식당은 소주·맥주 등을 매장에서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지 않아 안주값이 비싼 곱창집, 레스토랑, 스시·한우 오마카세 등이 주를 이룬다.

양천구에서 목동양대창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근수 사장(40대·남)은 "7~8년 전부터 가게 홍보를 목적으로 콜키지 프리를 시작했다"며 "처음 1병은 무료지만 1병씩 추가할 때마다 1만원씩 받고 있어 콜키지와 콜키지 프리 운영 방식을 병행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위스키 등 외국 주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꾸준히 콜키지·콜키지 프리 식당을 찾는 마니아층이 형성됐다"며 "(저희 식당은) 단골이 많은데 와인을 갖고 오시는 커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연말이나 특별한 이벤트성으로 단기간 콜키지 프리 행사를 하는 음식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KFC도 콜키지 프리?… 치킨에 위스키 먹자

사진은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KFC 압구정로데오점 외관과 매장 내 펍의 모습(상단), 외부에서 가져온 편의점 맥주와 소주를 매장 내 컵에 따르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사진은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KFC 압구정로데오점 외관과 매장 내 펍의 모습(상단), 외부에서 가져온 편의점 맥주와 소주를 매장 내 컵에 따르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콜키지 프리는 고깃집 등 일반식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유통업계도 콜키지 프리를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KFC 압구정로데오점은 지난 2월6일 개장과 동시에 취향에 맞는 주류를 가져와 즐길 수 있는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장인 이모씨(42·여)는 "인스타그램에 아는 오빠가 치킨집에서 하이볼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지인과 함께 찾아왔다"며 "편한 자리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술을 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콜키지 프리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다"며 "매장에서 파는 좋은 술은 원가보다 대략 3배 정도 돈을 더 받는데 그냥 집에 있는 와인을 들고 가면 확실히 외식비가 2만원 정도 절약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맨 왼쪽부터 콜키지 프리 카테고리가 있는 예약 앱 테이블링과 콜키지 프리 식당이 표기된 지도 캡처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가격대. /사진=정수현 기자

사진은 맨 왼쪽부터 콜키지 프리 카테고리가 있는 예약 앱 테이블링과 콜키지 프리 식당이 표기된 지도 캡처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가격대. /사진=정수현 기자
매장 직원은 "저녁에 콜키지 프리를 찾는 사람이 많이 방문한다"며 "매장에서 직접 컵을 제공하니까 술만 들고 오면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KFC 압구정로데오점은 각종 주류 동호회, 커뮤니티 모임에서 좋은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장소로 자주 언급되는 등 콜키지 프리 매장으로서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콜키지 프리 식당은 서울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레스토랑 예약 앱 '테이블링'에서는 콜키지 프리 식당만 볼 수 있도록 검색 옵션 안에 콜키지 프리 키워드를 추가했다. '테이블링' 앱에서 종로구를 검색했더니 콜키지 프리로 분류되는 식당이 113개였고 서울 전체의 경우 449개에 달했다.

고물가에 술 1병이 7000원… 콜키지 프리가 확산되는 이유

사진은 서울의 한 콜키지 프리 식당이 와인잔을 구비해 놓은 모습과 식당 내 콜키지 프리를 표기한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사진은 서울의 한 콜키지 프리 식당이 와인잔을 구비해 놓은 모습과 식당 내 콜키지 프리를 표기한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은 전년보다 6.9% 올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9.7%)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도 올랐다. 지난해 주류업체들이 가격 인상 등을 단행해 상당수 식당의 소주 가격이 4000원에서 6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서울 강남 일부 주점에서는 병당 7000원에 팔기도 한다.

지모씨(28·여)는 "콜키지 프리를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소주 가격이 7000원까지 올라가면서 매장에서 술을 마시지 않게 됐다"며 "고물가로 인해 주류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콜키지 프리 식당도 자연스레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학 박사는 "코로나 시기에 퍼진 '혼술 문화'가 주류 문화를 변화시켰다"며 "외국 주류의 인기, 페어링(음식과 술의 궁합)에 대한 니즈, 물가 상승 등이 콜키지 프리를 확산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짠테크' 트렌드가 이어졌기 때문에 고급식당에서나 볼 수 있던 콜키지 프리가 일반식당에서도 인기를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콜키지 프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선택해 모임을 주도하는 등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며 "오프라인 체험성이 중요해진 현시대에 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콜키지 프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마카세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처럼 경제적 상황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는 계속 변화할 것"이라며 "업주 입장에서는 단기간 매출을 올리는 차원보다는 소비자에게 (본인 매장의) 음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 사장도 "콜키지 프리를 한다고 해서 매출이 크게 오르는 건 아니다"며 "(그럼에도) 고객이 계속 찾아오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콜키지 프리를)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현 기자 (jy34jy3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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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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