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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6-24 10: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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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우리 자녀… 혹시 부정맥?
내용

 

입력2024.06.24. 오전 10:02

 

[건강이 최고] 부정맥, 뱃속 아기부터 신생아에게도 발병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A씨는 10살 자녀 때문에 걱정이 많다. 지난해부터 아이가 가슴이 빨리 뛴다고 말해왔는데, 별일 아닌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호소해 병원 응급실에 방문했고, ‘상심실성 빈맥(頻脈)’ 진단을 받았다.

부정맥(不整脈)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빨리(빈맥) 혹은 느리게(서맥) 뛰거나, 혼합된 양상을 보이는 등 맥박에 문제가 있을 때를 말한다.

주로 맥박이 불규칙하게 빨리 띠는 ‘심방세동(心房細動)’, 예기치 않게 빠른 심장박동이 느껴졌다가 멈추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심장이 갑자기 주저앉는 것 같은 ‘심실 조기 수축’ 등이 있다. 흔히 어른 질병이라고 여기지만 소아청소년은 물론 뱃속 아기와 신생아에게서도 발병한다.

성인의 경우 휴식을 취할 때 분당 심장박동이 분당 60회 미만이면 서맥이고, 100회보다 빠르면 빈맥이다. 소아청소년은 일반적으로 성인보다 심장박동이 빠르지만,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정상 범위가 있으므로 나이에 따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

소아부정맥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고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어 심장 수술을 받은 이후 생길 수 있고 심근병증·심근염 같은 질환을 앓고 나서 생길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정상 심장인 경우에도 어느 시기든지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소아 부정맥을 방치하면 심장 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정맥 종류에 따라서는 돌연사할 수 있기에 빠른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영·유아는 일반적인 소아 감염성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기에 구분하기 쉽지 않다. 자녀가 잘 먹지 못하거나 토하는 증상, 처지거나 활동량이 감소하는 증상, 이유 없이 보채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잘 살펴야 한다.

영·유아는 증상을 직접 표현할 수 없어 보호자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어 부정맥이 며칠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 비특이적 양상으로 진단하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부모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로 오인하기도 한다. 흉통을 포함한 불편함, 운동 시 힘이 빠지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실신 등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소아부정맥을 진단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신생아나 영유아 시기에 발생한 부정맥은 약물 치료가 우선시 되며, 체중이 15㎏ 이상인 학령기에는 부정맥의 종류와 안전성,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각 절제술’이나 ‘전극 도자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전극 도자 절제술은 대퇴부 혈관을 통해 특수한 전깃줄을 심장 안에 위치시켜 부정맥 발생 부위를 찾고 고주파로 없애는 시술법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이나 빈맥 위치에 따라 심장의 주요 전도 체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이런 위험성이 높은 경우엔 냉각 절제술을 시행한다.

냉각 절제술은 상심실성 빈맥에서 주로 적용 가능한 시술이다. 비정상적 전기 신호의 통로를 찾아 영하 30도로 냉각해 주변 주요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지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후 영하 80도까지 낮춰 전기 신호의 길을 국소적으로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에서 연령이 어릴수록 심장 크기가 작아 전극 도자 절제술로 치료할 때 시술 중 합병증 발병 위험이 성인보다 높을 수 있는데, 냉각절제술은 시술 안전성이 높기에 소아청소년에게 적합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주성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냉각 절제술은 어린이 상심실성 빈맥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부정맥을 앓고 있지만 위험해서 시술할 수 없던 소아청소년도 냉각 절제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