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 전기차 비야디 돌핀도 인증 과정 착수
정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도 견제구로 작용
BYD 씰 (SEAL). [사진 EPA=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독주가 매섭다. 이 중 글로벌 점유율 1위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 승용차는 올해 하반기 국내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 상륙을 노리는 중국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와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24일 환경부 및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비야디는 최근 중형 세단인 ‘씰’(SEAL) 1개 차종의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국립환경과학원에 신청했다. BYD의 소형 해치백 ‘돌핀’도 국내 인증 과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가스·소음 인증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통상 인증 완료까지 평균 2~3개월 소요된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위한 성능평가는 한국환경공단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업계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BYD 차량의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비야디는 지난해 3월 1톤(t) 전기 트럭, 지게차 등 상용차를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전기 승용차 국내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안으로 중국 ’전기 승용차’의 첫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씰과 돌핀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완제품 기준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보다 평균 10~15% 저렴하다. LFP 배터리로도 1회 충전에 400km(유럽 기준)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통한다.
중국 내 씰의 기본형 가격은 약 4437만원 수준이다. 업계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3000만원대로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씰’ 다음 공식 인증 절차 예정인 소형 해치백 ‘돌핀’이다. 돌핀의 기본가격은 1900만원 이다. 국내에 출시된 저가형 전기차의 가격을 비교하면 가격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경형 전기차 레이 EV 가격은 보조금을 포함하면 2000만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첫 경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도 동급인 레이 EV와 유사한 가격대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YD 전기차의 경쟁 모델로 평가받는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의 구매 가격은 보조금을 포함해 300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만약 돌핀이 실제 1900만원에 출시된다면 유일한 1000만원대 전기차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저가 공세에 적절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리 정부 및 제조사가 중국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혜택’과 ‘정책’으로 내수 시장 사수하는 韓
올해 내수 부진으로 홍역을 앓던 국내 완성차 업계들은 이달 전기차를 겨냥한 집중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돌파구를 모색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구매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오닉5(아이오닉5 N 제외) ▲아이오닉6 ▲코나 EV를 구매하는 고객은 30만원 할인받을 수 있다.
아울러 환경부 친환경 선도기업 K-EV100 가입 기업 및 산업부 친환경 차 구매목표제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 ▲아이오닉 6 ▲코나EV ▲넥쏘 ▲GV60 ▲G80 EV ▲GV70 EV 등을 100만원 할인하는 정부 친환경 차 정책 참여 지원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기아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EV페스타를 진행한다. 주요 전기차를 최대 350만원 할인한다. 상반기 중 전기차 공식 할인으로는 이례적인 액수다. 모델별 할인액으로는 ▲EV9 350만원 ▲EV6 300만원(GT 제외) ▲니로 EV 100만원 ▲니로 플러스 택시 100만원이다.
봉고 EV를 구매하는 소상공인, 농·축·수협 및 산림조합 정조합원은 충전기 설치 비용 70만원을 지원한다. 충전기 미설치 시 차량 가격 30만원 할인 또는 220V 비상용 완속 충전 케이블(ICCB)을 제공한다.
KG모빌리티는 스페셜 페스타를 시행하고 토레스 EVX는 최대 340만원 상당의 혜택을 지원한다. 또 지난 5월 출시한 토레스 EVX 택시·코란도 EV 택시 등을 일시불로 구입할 경우 100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도 돕는다. 올해 초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통해 국내 기업에 보다 유리한 보조금 체계를 구축했다. 고성능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부여하고, 배터리 효율성과 재활용 여부를 보조금 지급의 주요 기준을 삼은 만큼 이번 개편안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견제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1회 충전 주행거리 ▲충전 속도 ▲배터리 에너지밀도 ▲재활용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LFP 배터리는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는 유가 금속이 리튬과 인산철뿐이다. 씰과 돌핀 차량 모두 LFP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기에 보조금이 삭감됐다.
이 밖에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기아 오토랜드 광명’을 방문해 전기차 구매 혜택, 투자 인센티브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처럼 중국의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대국의 논리로 칼자루를 휘두를 수 없다.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손해”라며 “완성차 업체는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차량 개발에 힘을 쏟고, 정부와 학계에선 효율적인 대응 방안과 정책을 마련하는 등 각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