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국 합성고무 반덤핑 조사 착수…정부 '교역 불공정' 인식
브라질·칠레, 철강에 관세…콜롬비아 업계도 정부 압박
칠레 CAP 우아치파토 공장 내 철강 제품
[탈카우아노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주요국이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에 잇달아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관세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관보(DOF) 온라인 사이트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부는 전날 중국산 SBS(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 고무 수입에 대한 행정 반덤핑 조사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업계 설명에 따르면 SBS 고무는 열가소성 탄성체로, 플라스틱과 고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특성을 보인다. 아스팔트 도로포장 첨가제, 접착제 및 신발 제조 등에 많이 활용되고, 타이어 생산에도 쓰인다고 한다.이번 조사 신청인은 미국 접경 타마울리파스주(州)에 공장을 둔 '다이나솔'이라고 멕시코 경제부는 공개했다.
다이나솔은 중국 SBS 업계가 멕시코 시장 수요의 35배에 달하는 연간 91만7천t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수출 가용 용량이 커서, 멕시코 업체들이 명백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관보는 지적했다. 멕시코 업계에서는 중국산 수입 고무가 멕시코산보다 38.9~45.1% 저렴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SBS 시장 연례 보고서'(2023~2024) 분석자료 기준 지난해 전 세계 SBS 고무 생산능력은 중국(57%)이 가장 높고, 대만(9%), 미국과 한국(각 7%), 일본(5%), 스페인(4%)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멕시코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타이어 및 기타 고무 제품 수입·생산·제조업체 84곳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1년간이며, 전체 비교 분석 기간은 2021년 4월 1일부터 3년간이라고 경제부는 부연했다. 경제부는 분석 기간 23개국으로부터 수입이 기록됐는데, 미국이 주요 수입국(61%)이고, 이어 중국(18%)·대만(5%)·한국(3%)·태국(3%) 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달 하순 로헬리오 라미레스 데라 오(76) 멕시코 재무장관이 "중국은 우리에게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데, 이는 공정한 게 아니다"라며 "멕시코 교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나왔다. 앞서 멕시코 경제부는 2025년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입 철강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지난해 기습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저가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조처로 분석됐다.
앞서 브라질 역시 올해 철강 부문 관세율을 인상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이 6.5% 감소하는 등 업계 타격이 현실화한 바 있다. 콜롬비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철강협회(Camarero·카마레로)가 국내 철강생산 감소 원인을 저가 철강 수입으로 판단해 관세를 5%에서 20∼25%로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칠레도 지난 4월 중국산 철강의 덤핑 방지 목적으로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Alacero·알라세로) 홈페이지 보고서 자료를 보면 역내 철강 시장에서의 중국산 점유율은 2000년 15%대에서 지난해 54%로 급증했다. 그 여파로 칠레 주요 철강 제품 회사 중 하나인 CAP는 큰 폭의 적자와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우아치파토 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이에 대해 "관세까지 부과하고 노조도 자구책을 내놓는 등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데, 사측은 경영 책임을 방기한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