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5.27. 오전 3:01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수출통제-외교안보 대화도 신설
尹 “글로벌 스탠더드 맞는 정책을”
리창 “경제무역, 정치-안보화 거부”
한일, 수소분야 협력 강화하기로
한중일 정상회의, 中은 시진핑 대신 리창 총리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왼쪽)와 26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양국은 양자 관계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했고, 리 총리는 “서로에게 믿음직한 좋은 이웃,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과 중국이 2015년 12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가동하고,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출범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협력대화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의 수소협력강화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문화와 관광 분야의 양국 개방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신설에도 뜻을 모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 간 2+2 협의체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불변이라는 원칙하에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6월 신설하기로 했다.
中 한한령에 막혔던 ‘관광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 내달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中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 중단… 내달초 수석대표회의 열기로
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 수출통제대화체 만들어 공급망 소통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윤 대통령 맞은편)와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고위급 협의체인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과 중국이 2017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 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13년째 중단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도 다시 열린다.
● ‘사드 보복’ 재발 방지할 전략적 소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다음 달 초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한중 FTA가 대(對)중국 수출보다는 오히려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FTA가 계획대로 진척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 등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화, 관광 등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서비스업 분야에서 문을 걸어 잠그던 중국이 협상 재개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융, 보험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서비스 분야까지 협상이 확대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장관급 투자협력위도 13년 만에 부활
중국 측은 양국 경제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뒀다. 이날 리 총리는 “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법치·글로벌화된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 국제협력시범구’ 건설을 심도 있게 재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투자 분야에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산업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줄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신설된다. 기존에 설치됐던 한중 공급망협력조정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가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중 경제협력교류회 제2차 회의가 하반기(7∼12월) 중 개최된다. 교류회 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양국의 기업인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출처: 동아일보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