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지표 등 자율 선정해 제고계획 공시해야
'좀비기업' 퇴출, 코넥스시장 개편 계획도 밝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연합뉴스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내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는 국내 증시 건전화를 위해 '좀비기업' 퇴출 요건 완화 방안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밸류업 공시 27일부터 본격 시행
한국거래소가 26일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상장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으로 나눠 작성하도록 했다. 각 기업이 준비되면 각자 자율적으로 이를 공시할 예정이다.
기업 개요에서는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기업정보를 제공한다. 현황 진단에서는 기업의 사업모델과 해당 업종의 국내·외 현황을 분석하도록 했다. 필요시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등의 재무지표는 물론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까지 자율적으로 활용해 보다 심층적인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목표 설정은 현황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별 특성을 반영해서 하도록 했다. 각 기업의 성장 단계와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 거래소는 "계량화된 수치 제시가 바람직하지만 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업계 평균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달성' 등 정성적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와의 적극적 소통을 위해 향후 공시 일정을 사전 안내하는 예고 공시도 가능하다. '1호 공시'는 아직 예정되지 않았지만 수개월 내로 다수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보다 먼저 기업가치 제고계획 프로그램을 시작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4개월 동안 대상 기업의 약 13%가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참여했다"며 "국내에도 기업가치 제고에 관심이 큰 기업부터 자연스럽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거래소는 오는 9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칭)'를 개발하고, 연말에는 지수와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추진한다. 밸류업 지수에 어떤 기업을 포함할지는 주주 친화 경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우수성 등을 종합 고려해 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거래소는 관련 공시 지원을 위해 공시책임자와 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하고, 찾아가는 지역 설명회도 한다. 중소 상장사를 위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과 공시 영문번역 서비스도 다음 달부터 제공한다.
정 이사장은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이 지난 10년간 60% 넘게 높아졌지만 지수 상승률은 이에 못 미치는 35% 수준에 그친 만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밸류업 정책 속도를 올리고 우리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를 확대해 자본시장을 레벨업해야 한다"고 했다.
"좀비 기업 신속 퇴출방안 곧 시행"
거래소는 밸류업 가이드라인과 함께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4대 핵심전략'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밸류업 지원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자본시장 마케팅·소통 강화 등의 4개 분야에서 12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부실 기업 퇴출을 보다 빨리하고, 우량기업 상장을 합리화하는 등 전체적인 상장·상장폐지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기업에 대한 심사품질 향상을 위해 기술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심사 기간은 기존 관행 대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실 기업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코스닥 상장사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2심제로 개편한다.
정 이사장은 "부실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으면 그 자금이 묶이면서 다른 우수 기업이 투자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며 "부실 기업이 적기에 퇴출돼야 자본시장이 건전해지고 전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넥스시장도 보다 효율적인 모험자본 시장이 되도록 개선을 추진한다. 자금 회수 창구를 다양화하고, 코넥스-코스닥시장 사이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 재편 등도 검토한다.
정 이사장은 "일본 주식시장은 2022년 전까지 5개로 나뉘었는데 이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로 재편했다"며 "이러한 사례를 연구해 각 시장 간 연계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