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학생의 어머니(좌)와 권경애 변호사(우).[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학생의 소송을 맡아놓고 재판에 수차례 불출석해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59·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의뢰인인 피해 학생의 모친에게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학폭으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은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 처리로 재차 피해를 입은 데 이어, 그마저도 법원에서 온전히 인정받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피해학생의 모친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해 5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이 씨가 청구한 2억원 중 4분의 1만 인정한 것이다. 또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선고에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은 형사와 달리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다.
권 변호사는 학폭 피해로 숨진 박모 양의 원한을 풀 소송을 맡았다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원한을 풀 기회를 날려 이번 소송을 당했다. 박 양은 2012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등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모친인 이 씨는 2016년 권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해 학교법인과 가해 학생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1심에서는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항소심 들어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그러다 2022년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은 재판의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2심은 원고인 이 씨가 소를 취하한 것으로 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씨는 패소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상고 기한을 놓쳐 상고도 하지 못했고, 결국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일부 승소였던 1심 판결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지난해 4월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고 결과에 대해 이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씨는 "선고를 제대로 듣기는 했는지 혼미할 지경으로 이 재판을 왜 했는지 너무 실망이 크다"며 "5000만원이 기존 판례에 비해 큰 금액이라 말할 텐데, 참 멋지시다. 대단한 법정이고 대단한 법이다"라고 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마지막 통화에서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이후 어떤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상태"라며 "사람의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권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이 문제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아 8월 확정됐다.
이 씨는 이에 대해 "조만간 징계가 끝나면 이름 옆에 변호사를 다시 붙일 수 있게 되며, 권 변호사를 욕했던 이들은 이 사건을 많이들 잊으셨을 것"이라며 "잊히지 않도록 항소는 당연히 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을 악물고 대법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권 변호사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판한 책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평소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