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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2-12-30 15: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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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중 '진영화 시대'의 2023년 한반도 정세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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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중 '진영화 시대'의 2023년 한반도 정세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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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진영화 시대'의 2023년 한반도 정세 돌파구는?

입력2022.12.30. 오전 10:05   수정2022.12.30. 오전 10:24

 

[사진 셔터스톡]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으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진 지난 26일 남북관계 및 주요국 정세 회고와 전망, 그리고 각국 동북아 전략을 톺아보는 전문가 간담회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렸다. KEI북한환경정보센터가 주최한 간담회에선 미국᛫중국᛫일본᛫러시아᛫남북한 전문가가 한데 모여 서로 다른 각도의 분석과 제언을 쏟아냈다. 2023년에는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이를 둘러싼 진영화 대립 또한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슈별로 전문가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KEI북한환경정보센터는 지난 26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2년 남북관계 및 주요국 정세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미᛫중 경쟁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
지금의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미᛫중 경쟁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빠른 추격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대중 정책을 크게 전환했다.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하면서 미국의 인태(인도᛫태평양)전략은 최근 더 구체화하면서 강화되는 모습이다. 초기 인태전략은 중국의 부상 저지와 미국의 해양패권 유지라는 개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군사 이슈에 경제 안보 문제까지 더해졌다. 미국은 반도체᛫5G᛫전기차᛫재생에너지᛫글로벌 공급망 등 분야에서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칩4(Chip4)᛫쿼드(Quad) 같은 경제안보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 애쓰고 있다.

미국이 최근 막대한 자원을 우크라이나에 쏟으며 EU와의 밀착을 통해 러시아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최우선 정책 순위는 중국이다. EU에는 '안보는 미국, 자원은 러시아, 공급망은 중국에 의존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한데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이러한 EU의 의존성을 미국으로 일원화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최종적으로 EU와 함께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
▶박상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발간된 미국의 전략 문서들을 보면 위기의식이 잘 드러난다. 크게 보면 중국᛫러시아와의 '전략 경쟁'과 팬데믹᛫기후변화᛫에너지 위기 등을 포함한 '초국가적 위협' 부분이 있다. 과거 트럼프 시절에는 테러리즘과 북한 핵᛫미사일을 위기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경쟁을 가장 큰 도전으로 본다. 과거엔 중국을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의지'만 가진 나라로 봤지만, 지금은 '의지'와 '능력'을 모두 갖춘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향후 10년을 중국과의 장기전이 예상되는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다. 경제적 우위 확보, 외교력 확대와 연대, 군사력 현대화로 경쟁에서 앞서가는 게 미국의 목표다.

박상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기현 한국외대 교수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한 해를 통해 대중 견제 전략을 구체화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적으론 미국의 보호주의와 경제동맹 행태를 비난하고, 안보적으론 대만 문제에 대한 무력 대응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의 가치동맹과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에 맞서기 위해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 또는 소다자 협력 구축에 나섰다. 중국은 20차 당 대회에서 외세 특히 서구와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투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으로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이 이어질 것을 시사한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중점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한 '쌍순환' 전략으로 무역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제조국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반도체᛫로봇 등 미국이 우세한 첨단산업 분야보다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 위주의 발전을 도모할 전망이다. 미᛫중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고무적인 것은 미᛫중 두 정상이 상호 충돌 방지를 위한 관리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대만 갈등으로 중단됐던 전략 소통 채널도 곧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현 한국외대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현재 미᛫중의 상호 간 정책을 보면 세계화에 크게 반하고 있다. 미국은 80년대부터 세계화 추세의 지지를 받으며 자국의 이익을 확대해온 나라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동맹국에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자고 하면서, 사실상 동맹의 이익은 내버려 두고 공급망을 독점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에 공장을 지으라고 한국᛫대만᛫일본 등에 요구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한국 등은 노동력과 일자리를 뺏기고 하청업체 또한 모두 미국 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패권 유지를 위해 동맹과 파트너 국가의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동맹국들이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다.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윈윈'이 필수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상규 한양대 교수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해 아직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이 적극적᛫선제적으로 정책을 펴기에는 아직 미국을 압도할 능력과 국제 시스템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중 관계가 현 상황보다 더 치열하고 장기적인 갈등으로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제나 기술 안보를 위한 중국의 정보활동이 대두하며 최근 중국의 비밀경찰 이슈가 뜨겁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 유학생᛫기업인᛫언론인 등을 주목하고 살필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상하원에서 법률적으로 웨이신이나 틱톡을 금지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한᛫중 또는 미᛫중 간 정보활동 등 부분에서 한국이 향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김상규 한양대 교수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현재 미국은 '대만카드'를, 중국은 '북한카드'를 흔들고 있다. 각국의 속셈이 실타래처럼 얽힌 가운데 한 가지 공통점은 각자 자국의 무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펠로시 대만 방문을 핑계로 대만 침공 예행연습을 했다. 대만은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이 뒤를 봐주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실험은 모조리 다 해보는 중이다. 일본도 우크라이나᛫대만᛫북한 이슈를 핑계로 '반격능력' 확보에 나섰다. 관련국들의 무력이 모두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무력 증강도 십분 필요하다.

▶이이범 강릉원주대 교수
스위스 국가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를 보면 왜 미국이 한국을 콕 짚어 반도체᛫배터리 협력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왜 중국 화웨이를 제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5G 분야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2020년, 군사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반도체᛫네트워크 기술 부분에서 미국의 우위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세계적으로 앞서가던 화웨이를 미국이 첫 타깃으로 삼았던 것이다. 중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패권을 가져야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중국이 가장 앞서가는 분야에서 자국 중심의 기술 동맹을 만들어 압박하고 있다. IMD 보고서를 보면 동아시아의 경쟁력이 2000년대 이후 유럽을 훨씬 앞섰고, 격차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 한국과 대만은 1순위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향후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시진핑 권위주의 체제를 벗어나 자유민주국가가 되지 않는 이상, 미국의 대중 압박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이범 강릉원주대 교수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

▶정기웅 한국외대 교수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만인 지난 11월 통일부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 문건에서 '통일'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조직 중 '통일외교안보분과'는 통일이 빠진 '외교안보분과'가 됐다. 120대 국정과제 중 문재인 정부 시절 5개였던 통일부의 과제도 2개로 줄었다.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라는 현 정부 통일᛫대북정책 추진 비전에서도 통일이 빠져있다. 2세대 넘게 이어져 온 '통일᛫평화᛫번영' 키워드가 '자유᛫평화᛫번영'으로 바뀌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 시도라 생각된다. '담대한 구상'의 목표나 수단, 그리고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봤을 때도 긍정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이라는 원칙에도 어길 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은 없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23일 기준으로 올 한 해 매달 최소 3번씩 43차례 넘게 도발을 감행했다. 또 북한은 핵 선제공격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핵무기를 '핵 억제 수단'이 아니라 '전쟁 수행을 위한 전략 수단'으로 보기 시작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NSS)」에서 북한이 더는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달 창설된 주한 미 우주군의 목표가 어느 나라인지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뉴노멀'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공조가 대북 대응에만 그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2023년 북한은 팬데믹을 극복 못한 상태에서 선택적 접촉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위험 감수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군사적 도발이나 극단적 행태도 다분히 예상된다. '한᛫미᛫일 3국 공조를 바탕으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모범답안 같은 원론적 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이행방식 합의'라는 전향적인 시도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북한이 다시 적화통일을 명시한 상태에서 남북한이 도로 '봉쇄 상태에서의 대화'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기웅 한국외대 교수
▶박상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미᛫중간 신냉전으로 북한에 전략적 공간이 생겼다.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북한에게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은 이를 자력갱생의 기회로 여기고 개혁개방᛫비핵화를 거부할 우려가 높다. 위기가 있어야 정권의 정당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당분간 갈등 유발 전략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북한은 민생 안정을 위해 남한과는 최소한의 인도적 협력만 유지하고, 외화 획득을 위해 무기 판매᛫사이버 공격᛫위폐 제작᛫노동력 수출 등은 계속할 것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남᛫북 관계 개선 기미는 꽤 불투명하다. 북한 지도부는 남한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북한이 손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원조를 받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전체 북한 주민의 정신 상태가 흔들린다고 보는 것이다. 체제가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한국과 교류할 리 만무하다. 한국과의 교류가 끊어진 부분을 현재 중국이 채워주고 있다.북᛫중 관계와 남᛫북 관계가 제로섬 게임에 빠지는 모양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 차이나랩 대표
▶이기현 한국외대 교수
당분간 북᛫중 관계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계속 미국 책임론과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강조하며 북핵 도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 중이다. 북한이 미᛫중 갈등을 이용해 오히려 중국의 행동을 제약하는 등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북한은 현 상황을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북한을 계속 보호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중전략적협력동반자 사이 딜레마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제᛫기술 안보화에 따른 한᛫중 갈등과 제2의 사드 사태도 우려 사항이다.

▶강택구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2023년 남᛫북 관계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엄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고, 또 이를 저지할 계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남북한 교류 협력의 시기를 대비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안보 문제 해결 그 이후의 아젠다는 '비전통 안보'가 될 것이다. 탄소 중립이나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 등 환경 이슈는 적어도 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조금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슈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도 협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강택구 한국환경연구원 북한환경정보센터장



러시아와 아시아

▶성진석 한국외대 교수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전후, 서방과의 관계 악화와 대러 제재의 시작으로 러시아에게는 서방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증가했다. 러시아는 이때부터 동아시아와 협력을 늘리고 수입 대체 및 국산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서방 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중국 기업이 대체했다. 50만 명 정도 빠져나간 유럽 인구는 중국인들로 충당됐다. 2014년 이후, 에너지 분야 대러 투자를 보면 서방국가 비율이 크게 줄고 아시아와 중동의 비중이 높아졌다. 일본᛫중국᛫인도᛫중동 기업이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러 투자를 많이 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한᛫일을 포함해 54개국을 비우호국가 명단에 포함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는 적극적인 조치보다는 사후 조치로 수동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는 관계 악화보다 상황 관리를 통한 현상 유지를 바라는 눈치다. 일본은 강력한 대러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러시아가 유럽국가에는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며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아시아 국가에는 아직 그런 요구가 없다. 현재 러시아에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켜줄 중요한 나라이고, 중국은 전면적 협력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중국이 유럽 에너지 시장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도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대중 의존도가 커지면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어 여러 면에서 중국과 경쟁이 가능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성진석 한국외대 교수
▶우준모 선문대 교수
현재 미᛫중 관계에 따라 세계 모든 문제의 고저가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상식 수준에 있을 수 없는 '영토적 팽창'을 시도한 러시아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 없다. 사실 21세기 들어, 러시아는 미국이 절대 선(善)이나 세계를 평화로 이끌 국가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외쳐온 나라다. 미국이 소련을 해체한 것처럼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이 성공하면 21세기 중반 이후 세계는 평화로워질 것인가? 30년 전 결과를 보면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든다. 푸틴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지금과 달랐을까? 푸틴은 러시아 국민의 정신이 압축된 아이콘이다. 미᛫소간 냉전적 대결 이후, 승리에 도취했던 미국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 푸틴을 만들었다. 중국에도 비슷한 미래가 예견되는 대목이다.

사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러시아의 팽창을 막을 나토(NATO)라는 집단 방위조약이 있었다. 반면 아시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30년간 러시아를 관리하며 미국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을 보면, 미국의 대중 억제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를 제대로 된 평화 세계로 만들려면, 자신이 유일한 글로벌 패권 국가가 아님을 미국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의 일극적 패권의 시대가 아니라, 다자 협력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점을 누군가가 힘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북한᛫중국᛫이란 등은 협력을 넘어 동맹 관계로 발전할 수 있고, 힘 대 힘 충돌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중국과 합심해 미국을 다자 중 하나의 축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



일본 정세와 한반도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2년 대내적으로 일본의 가장 큰 이슈는 일본 자민당 보수세력의 구심점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이다. 그와 동시에 통일교와 자민당 간 유착 관계가 밝혀지면서 자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가 이를 다시 견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분수령은 내년 5월의 G7 정상회담이다. 기시다 내각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가사키 초청을 논의하는 등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지율 반등에 실패하면 내각 개편᛫중의원 해산᛫총리 재선출 등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의 대외정책 중 주목할 점은 일본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위기의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만에 미칠 파급효과를 크게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인 중 80% 이상 응답자가 러시아의 현상 변경을 위협적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은 미국의 파트너로서 지역안보᛫경제안보᛫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IPEF가 일본에서 공식 출범했고, 쿼드 정상회담도 일본에서 개최됐다. 얼마 전 일본의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비정비계획) 개정도 큰 이슈였다. 일본의 '반격 능력'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 인식 차이는 있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은 지속할 것이므로 당장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한᛫일 관계는 어느 정도 진전이 기대된다. 양국 정상의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논의가 예정돼 있어 국내 반일 감정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3대 안보문서 개정에 대한 반감 역시 한᛫일 관계 개선 및 강화᛫발전의 우려 사항 중 하나다. 한᛫미᛫일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선언에서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간 경제 협력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출 규제᛫후쿠시마 수산물 등 문제가 부상할 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이범 강릉원주대 교수
아베 총리는 2012년에서 2022년까지 집권했다. 어느 정권이든 장기집권 다음에는 후유증이 오게 마련이다. 일본 자민당도 그랬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경제 성장동력 상실, 노동 생산성 하락, 재정 적자 누적 같은 국가적으로 헤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에 빠져 있었다. 특히 재정 적자를 만회할 기회를 놓쳤다. 2022년 일본의 재정에서 32%는 사회 안전보장 예산이었고, 21%는 재정적자의 원리금 상환에 쓰였다. 새로운 경제 성장을 지원할 재원은 전체 210조엔 예산 가운데 5조엔밖에 되지 않았다.

아베는 운이 좋은 편이다. 재정을 풀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조금 상승했고 그 덕에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지도자가 와도 그 당시만큼의 지지를 얻긴 어렵다. 당내 리더의 개인적인 인기도나 리더십도 약해, 자민당은 현재 집권 역사상 가장 최악의 내부 환경에 처해있다. 다행인 점은 야당 세력이 워낙 약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도 바닥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30%에 머무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990년대에서 20세기까지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안보적 기대가 컸던 이유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 우위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가지 모두 침체하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어렵고, 주변 나라에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EI북한환경정보센터는 지난 26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2년 남북관계 및 주요국 정세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남북한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한국 외교를 위한 제언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
한국 외교᛫안보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첫째, 전략의 부재다. 전략이 문화와 괴리돼 희망사항과 진영논리만 꽉 찼다. 둘째는 오판이다. 통일과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북한의 비핵화 의지᛫물질적 보상이 통일을 앞당긴다는 기대 모두 오판이자 왜곡된 가정이었다. 과거 여론조사에서 남북통일에 가장 비우호적인 국가는 일본이었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중국이라고 나온다. 셋째, 실현 가능성에 대한 둔감이다. 과거에는 실현 가능하지 않은 것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탈민족주의 정서가 증가하고 통일에 비우호적인 국가가 많아졌다. 통일 전략은 희망 사항이나 기대치만 높여선 안 된다. 주변국이 더는 도와주지 않고, 통일 의제가 국회 협상에서 배제된 상황 등 현실적인 장애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위기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군사 안보적 억지력 강화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향후 남북 관계를 이끌어 갈 포괄적 전략을 우리 스스로 만들고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2023년은 진영화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멀어진 러시아는 중국에 기울고, 북한은 한국᛫미국과의 관계 악화 때문에 중국에 경사될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떡해야 하나.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에는 비핵화와 남북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한᛫미 군사 협력의 균열을 노려왔다고 한다. 한국은 반대로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도 중국에는 미᛫중 갈등에서 한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
우리의 외교 전략을 짤 때,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단순히 'A, B, C 중에 A다'라는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사안별로 서로 다른 상황을 고려해 아주 섬세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국제 관계 속 우리 전략은 '동기화' 즉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동기화, 同期化)'과 '모티베이션(Motivation᛫동기화, 動機化)'이 동시에 필요하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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