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3.03. 오전 8:00 수정2023.03.03. 오전 8:01
사실 중국은 대한민국에 있어 명백한 적국(敵國)이다.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각각 수립되고,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한 직후부터 적국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었다. 사전적 의미에서 적(敵)은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 또는 어떤 것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의미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명백히 밝힌 것처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나라다. 그들이 패권을 추구하는 목적은 중화사상(中華思想)에 바탕을 둔 세계질서의 재편, 즉 근대 국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베스트팔렌 체제(Westphalian system)를 천하사상(天下思想)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하급 관료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관료와 경제인들을 모아놓고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며 꾸짖었던 사건은 그들이 자주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 인식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중국은 대한민국 헌법상 반국가단체이자, 휴전 상태에 있는 적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동맹 관계에 있어 법적으로도 적국인 나라다. 그들은 대한민국 입장에서 반국가단체이자 교전 당사자인 북한 체제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나라이며, 그들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도와 한반도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다.
그들은 한·중 수교 이후에도 정확히 대한민국만을 겨냥한 사거리 1000km 이하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800기 가까이 해안선에 배치하고 조준해 온 나라이며, 사드(THAAD) 등 한국의 자위적 방어수단 배치와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경제 보복 조치까지 취하며 적대적 의지를 여러 차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낸 국가다. 주한미군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은 정치·군사적으로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행보로 일관해 왔으며, 지금부터 소개할 중국의 새 공군기지는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적대적 의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3월 6일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미사일 발사대 2기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중국은 산둥성 칭다오시(青島市)에서 북동쪽으로 약 55km 떨어진 지모구(即墨區)의 시다오자오(石島礁) 일대에 2019년부터 대규모 군사기지 건설을 진행 중이다. 앞서 푸젠성 일대 공군기지 확충 사례를 소개하며 설명한 바와 같이 500km 범위의 공군기지는 4세대 전투기를 운용하는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반복·제파 공격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지는 북위 36도 47분 48초, 동경 120도 95분 45초 일대에 건설돼 한반도 해안선과 490km 떨어진 위치에 지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산둥성에 공군·해군 항공기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둥잉(東營), 가오미(高密), 자오저우(膠州), 지난(濟南), 라이양(萊陽), 칭다오(青島) 공군기지와 칭다오 해군 항공기지, 웨이팡(濰坊), 원덩(文登), 린이(臨沂), 옌타이 라이산(煙臺 萊山), 주청(諸城) 등 확인된 기지만 12개소다. 영토 대비 공군기지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숫자다.
그러나 이들 기지는 칭다오 해군 항공기지를 제외하면 모두 반도 안쪽 깊숙이 위치해 있다. 새로 건설된 공군기지는 J-10 전투기 운용기지인 원덩 기지를 제외하면 산둥반도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공군기지인데, 원덩 기지의 경우, 민항기가 취항 중인 민군 겸용 공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 전용 비행장으로는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기지다.
2019년 촬영한 공군기지 건설 전 건설 부지 위성사진. [사진 구글어스 캡처]
이 기지는 위성으로 식별된 부지 규모만 우리나라의 서울공항(성남공항)보다 큰 4.5㎢ 수준이며, 기지 건설을 위해 대규모 간척 사업과 해안 민간인 거주구역 철거 작업이 2019년 말부터 진행됐다. 중국 현지 지도 서비스에는 그 존재가 등장하지 않지만, 구글어스에 2020년 9월부터 간척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식별됐고,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이 지난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현재 기지 건설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센티넬-2 위성으로 2023년 2월 22일 촬영한 공군기지 건설 상세 위성사진. [사진 이일우 제공]
이 기지에는 중국군의 현용 항공기 대부분이 이·착륙할 수 있는 길이 2800m의 활주로 1개, 같은 길이의 유도로(Taxiway)와 6개의 헬기 착륙장, 항공기 주기용 보이는 길이 600m의 보조 활주로가 식별된다. 유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격납고가 식별됐는데, 이 격납고 가운데 일부는 Su-27/30 계열의 항공기용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큰 가로·세로 50m 규격의 격납고들이다.
중국공군의 표준 전투기용 격납고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30m를 넘지 않는데, 시다오자오 공군기지에는 50m 규격의 대형 격납고들이 설치됐다. 2800m 길이의 활주로와 50m 크기의 격납고는 안후이성안칭(安慶) 등 비교적 내륙에 있는 H-6K 폭격기 운용 기지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시설이다. 다시 말해 시다오자오 기지는 일반 전투기는 물론 H-6K 폭격기 또는 더 신형의 대형 항공기 운용을 전제로 건설된 기지라는 말이다.
2022년 촬영한 공군기지 건설 중 건설 부지 위성사진. [사진 구글어스 캡처]
이 기지는 한국과 가까운 지역에 새로 건설되는 만큼, 유사시 한국의 지대지 탄도 미사일 반격 등에 대비한 방호 시설도 갖춰지고 있다. 기지 중앙에는 해발 80m의 낮은 언덕이 있는데, 위성사진에서는 이 언덕을 중심으로 다수의 콘크리트 시설물과 지하 시설 출입구로 추정되는 구조물도 식별되고 있다. 지하시설물이 건설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언덕이 격납고 블록들 중앙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하시설물에는 상당한 규모의 탄약·유류 저장시설과 지휘소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시다오자오 기지가 중국해군항공대의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앙군사위 직속 전력이지만, 평상시 북해함대의 작전통제를 받는 랴오닝(遼寧) 항모는 모항은 산둥성 칭다오에 있지만, 배속 전투기 부대인 해군항공대 함항제1연대(艦航第1聯隊)가 칭다오에서 500km 떨어진 랴오닝성싱청(興城)에 배치돼 있어 훈련 때마다 보하이만으로 항모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새로 건설된 시다오자오 기지는 항모 거점과 불과 120km 떨어져 있어 랴오닝 항모가 수백 킬로미터를 북상해 보하이만으로 가지 않더라도 산둥반도 인근 해역에서 함재기 수용과 이·착함 훈련이 용이하다. 시다오자오 기지 유도로를 따라 설치된 17개의 일반형 격납고는 J-15 등 함재 전투기 수용을 위한 시설물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최소 4개 동이 식별된 50m 규격의 대형 격납고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H-6 폭격기 운용 부대에서나 식별되는 규격의 대형기 전용 격납고다. 이 기지를 관할할 것이 유력한 북해함대에는 랴오닝성 다롄(大連) 인근 투청쯔(土城子) 주둔 제2해군항공사단(海航2師) 6항공단 예하에 H-6 폭격기를 운용하는 비행대가 있다. 시다오자오의 폭격기용 격납고는 6항공단 H-6 부대가 이곳으로 주둔지를 옮기거나 아예 새로운 폭격기 비행대가 시다오자오에 창설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시다오자오 기지가 완공되면 중국은 이 기지를 유사시 군산·오산·평택 등 주한미군 핵심 기지를 조기에 제압하기 위한 전진 항공기지로 활용할 것이다. 대형 전투기와 폭격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기지이기 때문에, 이곳은 반복해서 전투기·폭격기를 띄워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을 대량으로 투발하는 공세작전 거점의 잠재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요컨대 이 기지는 서해 해역에서의 중국 랴오닝 항모전단의 작전 능력을 배가시키는 기지이자, 유사시 한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진기지로 준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중국은 법적·정치적으로 적국이자 그동안 한국을 겨냥한 적대적 의지와 행보를 수없이 보여준 나라이다. 그런 나라가 한국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항공기지를 짓고 유사시 대한(對韓) 타격 능력 극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대만해협 주변의 군사 동향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동북아시아 군사적 갈등의 한복판에 대한민국이 던져진 지금 이 상황을 직시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대중(對中) 군사력 강화 등 생존을 위한 대책을 진지하게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