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4.04. 오전 11:51
하야시, 친강·왕이·리창 모두 회담
첨예한 정치 사안 두고 양국 대립
연달은 회담, 中 환대 자세 보인 것
리창, 경제부양 위해 日에 우호적 분석도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라인을 두루 만났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 갖는 자리이자, 외무상의 방중으로 보면 3년4개월만의 일이다. 중국이 일본을 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중했지만 서로 비방
하야시 요시마사(왼쪽) 일본 외무상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단 이례적인 만남이 시작된 2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4시간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이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리창 국무원 총리와 잇달아 만났다.
다만 이 자리에서 양국은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뿐, 각종 사안에 대해서는 신경전을 펼쳤다.
친 부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날을 세우는 한편 일본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는 등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반면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구속된 일본 아스텔라스 제약 직원의 조기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친 부장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구체적인 대응에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중국 측이 하야시 외무상을 상당히 우호적인 자세를 응대한 것이라는 평가 나온다. 그가 하루동안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총리와 중국의 외교라인 투톱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서열 2위 리창의 속내는
리창 국무원 총리
일본 언론들은 이처럼 중국의 환대(?)를 조성한 인물로 리창 총리를 꼽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이자 중국 경제를 끌어올려야 할 적임자로서, 리창 총리는 중국의 경제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과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지난해 도시봉쇄 등 고강도 방역 정책을 펼친 여파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올해 경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리창 총리가 하야시 외무상과의 만남에서 중국의 최대 경제권인 장강 삼각주로 불리는 상하이시와 저장성, 장쑤성에서 당서기를 지내며 지방 경제를 이끈 경험을 지속적으로 어필했다고 전했다. 장쑤성과 상하이시는 중국에서도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장쑤성 쑤저우시 당국은 일본 도쿄에서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단지인 '쑤저우 신기술 개발단지'와 관련된 대규모 홍보 행사를 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일본의 투자를 유치를 이끌어내라는 리창 총리의 지침을 받은 것이라는 게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이번 방중의 의미를 환대로 읽다 보니, 일본에서는 리창 총리가 일본인 구속 문제에 어떤 조처를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책임자는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리창 총재가 일본인 구속 문제에 단독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경제 부양 목적에 따라 어떤 수습책을 취할지, 안보와 경제 양자를 저울에 걸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