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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6-13 14: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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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국 외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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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 외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내용

 

입력2023.06.13. 오전 5:02

 

힘의 외교 지향하는 전랑외교 상징 인물이 中 외교수장
싱하이밍 도발은 전랑외교 전형…野대표 앞에서 여론전
외교관례 어긋난 언행에 외교관례 따라 대응하면 그만
美 감정적 대응보다 국익 우선…최악 상황서도 대화의 끈
韓中 고위급 소통 사실상 끊긴채 디커플링 상황에 머물러
韓 필요한 中 상황을 협상의 지렛대 삼아 실익 외교 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CCTV 캡처
'전랑(戰狼)', 즉 늑대전사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외교 노선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전랑외교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상대국에 거침없이 압력을 가하는 '힘의 외교'다.

전랑이라는 표현은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중국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따왔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소위 '국뽕' 영화다.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라는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주인공은 중국군 동료와 자국민을 위협하는 미국 출신 악당을 끝까지 추격해 복수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랑외교의 상징적 인물이 중국 정부 외교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중국의 전랑외교는 정점을 걷고 있다. 바로 친강 외교부장(장관)으로 그는 외교부장으로 승진한지 3개월여 만에 국무원 지도부인 국무위원 자리에도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친 부장은 시 주석 집권 초기 외교부 대변인을 지내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 '전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외교부장으로 승진 전 주미대사 재임 시절 이례적으로 미중간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랑외교 그 자체의 행보를 보여온 인사가 고속 승진을 거쳐 중국 정부 외교수장에 오르면서 차기를 꿈꾸는 중국 외교관들에게 그는 모범적인 선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랑외교 전형 보여준 싱하이밍의 도발

 

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에 초청해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 노선을 비판해 논란을 빚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언행이 전형적인 전랑외교의 사례다.

그는 지난 8일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 모두발언에서 작심한듯 메모지에 써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무려 15분이나 이어진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은 중국이 아닌 한국에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한국의 '탈중국'에 원인이 있다 △ 미국의 승리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한국 외교는 잘못됐다 등이다.

중국 외교관의 공개 행보는 본국 외교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싱 대사의 이날 발언은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도 그의 언행에 대해 "중국의 입장과 우려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임무"라며 싱 대사를 두둔했다.

그런데 문제는 설사 상대국 외교 노선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외교적 관례에 따라 조용히 전달돼야 할 내용이 공개적으로, 그것도 상대국의 제1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처럼 싱 대사의 임무가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야당 대표를 만나 조용히 전달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야당 대표를 들러리 삼아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갈라치기하듯 여론전을 펴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곳곳에서 '오만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전랑외교의 전형일 뿐이다.

'북핵 위협'을 명분으로 급격하게 한미일 공조 강화가 이뤄지며 스스로 대중 견제 노선에 동참하고 있는 현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엄연히 한국 국민의 몫이고, 한국은 국민들이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전랑외교에 감정적 대응 보다 국익 챙기는 美


다만, 상대국을 위협하고 압박하는 중국의 전랑외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중 정서를 배경삼아 '강대강' 대치 노선을 택하며 수교 30년이 넘은 한중관계를 악화일로로 끌고 간다면 이 역시 스스로를 외통수에 가두는 일이다.

싱 대사 처럼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방식을 동원해 도발하더라도 우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외교적 관례에 따라 중국에 항의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도발을 통해 중국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대중 견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다. 앞서 친강 외교부장의 행보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중국이 전랑외교 본색을 숨기지 않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지만 감정적인 대응보다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며 국익을 챙기는 것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직후 친 부장이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해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고 말해 외교적 결례를 범했는데, 이 표현의 원조는 시진핑 주석으로 지난 2021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온라인 소통 당시 면전에 대고 이 표현을 사용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도발에 말려들기 보다는 꾸준히 중국 측에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본토에서 소위 '정찰 풍선'이 발견돼 양국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오히려 대화의 끈을 계속 유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쪽은 오히려 미국이었다.

최근에는 정찰 풍선 사태 당시 취소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번달 18일 다시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주 조만간 (미중관계가)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이라며 양국간 소통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 측의 태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이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제거)'으로 선회한 것 역시 양국관계의 완전한 단절 보다는 소통을 통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中 중요하다면서 아직 디커플링 기조에 머문 韓?


박진 외교장관은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중 관계에 대해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자 이웃 국가이고,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호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을 보면 여전히 디커플링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방을 끌여들여 대중국 견제에 열을 올리는 미국 조차 고위인사들을 중국에 보내 소통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고위급 방중 등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달간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등을 통해 한미일 공조 강화가 어느정도 완성된 만큼 우리 정부가 그동안 소원했던 한중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나온 싱 대사의 언행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푸념인 동시에 미·일과의 밀착이 중국과 등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 제기이기도 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우리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돈과 물건, 사람과 관계로 얽혀 있다"면서 "지난 30여 년 한중 수교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관계 해체는 몇 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이 지금껏 글로벌 공급망 체제의 최혜국이었다면 분리는 최다 피해국화(化)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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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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