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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5-16 06: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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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여야, 간호법 거부권에 신경전 격화…간협 "단체행동 나설 것"
내용

 

입력2023.05.16. 오전 6:05

 

박광온 “반복되는 거부권, 입법부 무시
간호사 진심 왜곡하는 분열정치” 맹공

윤재옥 “의료직역 간 타협 못 이뤄 유감
민주당, 극단적 투쟁 하도록 유도” 비판

야권 ‘정부·여당 독선’ 주장 여론전 주력
與선 ‘巨野에 막힌 집권당’ 이미지 부각

복지부 ‘재의요구 건의’ 엇갈린 반응

간협 “회원 98.6% 찬성… 수위 논의 중”
면허증 반납 등 준법투쟁 방안 검토

의협 등 “의료법 개정안과 함께 폐기를”
‘의사 면허취소 사유 확대’엔 우려 표명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서자 여야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표를 얻고 이젠 ‘간호사 이기주의법’도 모자라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며 압박한다”고 여권을 질타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료직역 간 대립과 갈등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특정 의료직역을 일방적으로 편들어 대립과 갈등을 더욱 심화했다”며 대야 맞불 공세를 폈다.

전북대학교 간호대학 교수회, 교직원, 학부와 대학원 학생회가 15일 전북대 간호대학 나이팅게일홀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공포를 요구하며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 사진)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는 입법부를 무시하는 것이자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간호사들의 진심을 왜곡하고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리는 분열정치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을 정상적으로 공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행정 독재”(정청래 최고위원), “향후 다른 법도 거부할 거면 차라리 대통령직을 거부하라”(고민정 최고위원)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와 간담회를 마친 뒤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한 법안으로 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한 대로 정부가 조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은 즉시 간호법 제정이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도 간호법을 공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약이 아닌 여야 합의를 전제로 적극 논의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는데, 민주당이 합의 없는 ‘입법 독주’로 직역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의료직역 간의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끝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감스러운 것은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라며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신성한 직업의 종사자들로 하여금 서로를 적대시하며 극단적 투쟁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극단적 갈등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씌우는 한편 내년 총선 표 계산에만 급급한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규정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여당 반대를 뚫고 밀어붙였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혔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여당의 ‘독선’을 주장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이 방송법·노란봉투법·전세사기지원법 등 쟁점 사안에 여당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또다시 단독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럴 경우 이들 법안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된다.

여당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내심 유도하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는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계에 ‘야당 탄압’ 기류를 형성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돼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를 이뤘음에도 의석 수 부족으로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집권 야당’ 이미지를 부각하는 대야 공세를 펼칠 방침이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간호사들 “尹 거부권 행사 땐 단체행동” 의료연대 “당정 협의, 공정하고 상식적”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하자 간호사단체는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이 거부권 행사 건의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 건의 계획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법이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을 키우고 협업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조 장관 브리핑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체행동 의견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는데, 응답자(10만5191명)의 98.6%가 “적극적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회원(19만2963명)의 54.5%가 참여했다. 간협은 “현재 단체행동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간협은 수위 높은 단체행동에 나서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의사 집단과 같은 집단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간협은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과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준법투쟁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의 정당성마저 없음이 드러난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고 환영했다. 당정이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거부권 행사 건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우발적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은 상대적으로 가장 덜 위험한 분야를 택하고 방어적인 행동 양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모두 폐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체행동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을 제외한 다른 직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탓에 의사단체가 단체행동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배민영·조병욱·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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