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04. 오후 9:03 수정2023.07.05. 오전 11:31
한중 외교당국 간 올해 첫 '고위급' 접촉… "적시 소통 추진"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 재확인… 한중일 정상회의 논의도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왼쪽)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 (외교부 제공)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만나 한중관계 증진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밝혔다.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의 이날 만남은 한중 외교당국 간의 올해 첫 '고위급' 접촉이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보는 이날 중국 외교부에서 진행된 쑨 부부장과의 면담 및 오찬을 통해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관계 관리·발전 등에 관한 제반 현황을 점검했다.
우리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미국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이른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외교에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엔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최우선시해온 우리 외교 기조를 겨냥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논란으로 그간 누적돼온 한중 간 갈등 요소가 가히 '폭발'하는 양상까지 보였던 상황이다. 그러나 한중 외교당국 간엔 작년 8월 열린 외교장관회담 이후론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한중 양측 모두 '더 이상 갈등이 확산돼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중 양측은 "교역 증진과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며 "양국관계의 장기적·미래지향적 증진을 위한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해가기로" 했다.
특히 최 차관보는 중국 내 우리 기업·교민들이 "예측할 수 있는"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한 중국 측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또 "한중 양측은 1992년 수교 당시 공동성명에서 '양국 수교가 한반도 정세 완화·안정에 기여할 것'을 확신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북핵 문제에 관한 소통·협력도 강화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 및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재차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에선 이번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 간 회동을 통해서도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대외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전후로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서 벌어진 것" "대만 문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란 등의 발언을 하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하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보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양국 수교 이후 변함없이 견지돼 왔다"고 강조했다.
최 차관보는 이날 눙룽(農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과도 만나 "한중일 3국 간 소통·협력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외교부는 최 차관보의 이번 쑨 부부장 및 눙 부장조리 면담에 대해 "한중 양측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외교당국 간 적시 소통 등 다양한 교류·협력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 차관보의 방중 및 중국 당국자들과의 연쇄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외교가에선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간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창규 기자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