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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8-11 1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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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前 해병 수사단장 "장관 보고 뒤 국방부에서 '사단장 등 혐의 빼라' 압박"
내용

 

입력2023.08.11. 오전 10:12   수정2023.08.11. 오전 10:13

 

"사령관은 '어떻게 하냐' 묻기만… 경찰 인계 뒤 '멈추라' 지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 보고서 처리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 내용을 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박 대령은 11일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해병대사령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진행경과' 자료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던 지난달 30일 전후부터 최근까지 상황에 대한 일자별 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박 대령은 지난달 28일 오전 7시20분쯤 경북 포항 소재 호텔마린 1층 커피숍에서 김 사령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주 초에 관할 경찰(경북경찰청)에 넘기겠다"는 조사결과를 대면 보고했고, 같은 날 오후 2시쯤엔 채 상병 유족에게도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등 안전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해병대 수사단은 당시 조사에서 채 상병 사고가 '임 사단장 이하 해병대 지휘부의 총체적 지휘 책임에서 비롯된 사건'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엔 김 사령관과 함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에게, 그리고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엔 이 장관에게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각각 대면 보고했다.

이 장관은 보고 당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고 물었고, 이에 박 대령은 "사단장 과실이 확인돼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겨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장관은 "알았다"며 "내일(7월31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할 예정인데 수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배석자들에게 물었고, 배석자들 또한 "사단장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돼 있어 국민들이 '수사가 엄정하게 잘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없이 잘 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 대령이 이 장관 대면 보고 자리엔 해병대 측에선 사령관과 공보정훈실장이, 그리고 국방부에선 국방정책실장과 장관 군사보좌관, 대변인 등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맨 왼쪽)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 2023.7.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반면 국방부 측은 박 대령의 대면 보고 당시 "이 장관은 임 사단장에 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며 박 대령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늦게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라"는 국가안보실의 요청사항을 전해 들었지만 "수사 중인 사항"이란 이유로 언론 브리핑 자료만 보내도록 한 뒤 다음날로 예정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대상 설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튿날 우즈베키스탄 출장(7월31일~8월3일)을 앞두고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해보이니 경찰 이첩 시기를 출장 복귀 이후로 미룰 것'을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통해 해병대 측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 및 국회 대상 설명도 모두 취소됐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이후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압박이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3시18분쯤 유 관리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고 요구했다.

유 관리관은 이달 1일 오전 9시43분쯤에도 박 대령과의 통화에서 채 상병 사고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 업무상 과실치사 죄명도 빼야 한다"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박 대령은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유 관리관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1일 오후 4시7분쯤 다시 이뤄진 통화에서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고 조사 보고서를 이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까지 받았다고 설명하자, 유 관리관은 "(장관) 결재본이 있는지 몰랐다. (신범철) 차관과 얘기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박 대령의 설명이다.

박 대령 측은 유 관리관의 이 같은 통화 발언이 사실상 '임 사단장 등 지휘부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가운데)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맨 왼쪽).2023.8.1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러나 국방부는 유 관리관과 박 대령 간의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이첩 자료에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기재할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판단에 따라 '경찰 이첩 때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한 것일 뿐 수사 개입이나 외압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유 관리관과 박 대령 간의 이 같은 통화가 이뤄지던 과정에서 국방부 신 차관 또한 해병대 김 사령관과 3차례 통화하면서 유 관리관과 비슷한 주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은 이 장관에게 채 상병 사고 관련 대면 보고를 실시한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2일 오전 관련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할 때까지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직접적인 명령권을 갖는 김 사령관으로부턴 '이첩 보류'에 관한 명시적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이첩을 미루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수차례 하긴 했지만, 이를 '명령'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단 얘기다. 다만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의 요청으로 이달 1일 '국방부 압박에 따라 채 상병 사건 관계자를 변경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고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조사 자료의 경찰 이첩 예정일이던 이달 2일 오전 10시30분쯤 수사단 관계자를 통해 해당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리고 20여분이 뒤 오전 10시51분쯤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당장 (자료) 인계를 멈추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박 대령은 같은 날 오후 2시20분쯤 보직해임 통보를 받았고, 이후 김 사령관으로부터 "앞으로 많이 힘들 거야. 잘 견디고"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 사령관은 이달 7일 해병대사령부 참모장을 통해 수사단 총원을 대상으로 '집단반발, 부하뇌동하지 말 것'을 교육했다고 박 대령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달 31일~이달 1일 사이 김 사령관에게서 "'비화폰'(도청 방지 기능이 탑재된 군용 휴대전화)도 포렌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김 사령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때 비화폰으로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기도 했다.

박 대령은 이달 1일 김 사령관이 국방부 신 차관이 보냈다는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읽어줬다고 주장했으나, 신 차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사령관과 통화는 했지만 문자메시지는 보낸 적이 없다며 자신은 비화폰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응진 기자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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