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사일 기지 좌표 보고서 공개... 연임 시진핑에 보낸 美 선물
입력2022.11.07. 오전 12:01 수정2022.11.07. 오전 6:41
[최유식의 온차이나]
연임 확정 다음날 ‘로켓군 해부 보고서’ 공개
대만 침공 대비한 군사위 정비에
“뛰어봤자 손바닥 안, 경거망동마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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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이 세 번째로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되면서 장기집권의 문을 연 날이 10월23일이었죠. 그 다음 날인 24일 미 공군대학에서 묘한 보고서 하나가 나왔습니다.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가 집필한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조직’이라는 보고서였어요. 총 255쪽 길이의 이 보고서에는 중국 로켓군 조직의 내력과 구성, 각급 부대 지휘관과 주요 간부의 이름과 사진, 로켓군 기지 위치, 배치된 미사일의 종류와 전력 평가 등 방대한 정보가 망라돼 있습니다. 거의 중국 로켓군을 해부했다고 할 만한 내용이었어요.
보고서에는 로켓군 사령부와 산하 부대, 각 미사일 기지 등의 경도와 위도 등 좌표도 명시돼 있습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전략 미사일 부대를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할 수 있겠죠.
미 사법부는 그날 화웨이 수사 정보를 캐내려 한 혐의 등으로 중국 스파이 11명도 대거 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 주석 연임을 축하하는 성대한 ‘선물 보따리’를 미리 준비해뒀던 거죠.
미국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가 10월24일 발표한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조직’ 보고서 표지. /미국 공군대학
6개 군단 규모 미사일 기지 보유
중국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직후인 1966년 중앙군사위 직속으로 핵미사일 발사를 담당하는 제2포병부대를 신설합니다. 당시 사거리 500㎞ 전후의 단거리 핵미사일을 소량 보유했다고 해요.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 등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부대는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1기 후반인 2015년 이 부대를 로켓군으로 확대 개편했어요. 로켓군이 육·해·공군에 이은 네 번째 정식 군종이 된 겁니다. 부대 규모도 대폭 늘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0개 여단이 새로 신설됐다고 해요. 29개 여단이 39개 여단으로 33%나 늘어난 겁니다.
중국 관영매체에 나온 중국 로켓군의 훈련 장면. /중국 CCTV
미국 항모를 겨냥한 대함탄도미사일(ASBM) DF-21D,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DF-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괌을 사정거리에 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DF-26, 요격망을 피할 수 있는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새로 개발되면서 미사일 발사할 부대를 잇달아 신설한 거죠.
보고서를 보면 중국 로켓군은 사령부를 베이징에 두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 군단급 규모인 6개의 미사일 발사기지(61~66기지)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각 기지에는 6~8개의 미사일 발사 여단을 중심으로, 통신·작전보장·훈련·장비검사 연대 등 지원 부대가 배치돼 있어요. 각 여단에 배치된 미사일 숫자는 112~116개라고 합니다. 여기에 핵무기 비축과 기술 지원, 미사일 시험과 훈련을 담당하는 3개 기지(67-69기지)가 추가돼요.
좌표, 배치 미사일, 지휘관 등 상세히 담아
안후이성 황산에 사령부가 있는 61기지는 동남부 지역을 담당하는 부대로 대만 무력 침공에 쓰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대만 침공 시 대만섬과 남중국해로 접근하는 미 항모 등을 공격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부대죠. 자오추링(趙秋領) 인민해방군 소장이 사령관입니다. 서부 간쑤성 란저우에 있는 64기지, 중부인 허난성 뤄양에 사령부를 둔 66기지 등에는 핵무기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중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돼 있어요.
동북지역을 담당하는 65기지는 한반도 북쪽인 랴오닝성 선양에 사령부가 있습니다.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여단들이 소속돼 있어요. 한반도 유사시 대응하는 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윈난성 쿤밍의 62기지와 허난성 화이화에 있는 63기지는 남부 지역을 관할한다고 해요. 62기지 산하에는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이 배치돼 있습니다. 남중국해로 접근하는 미 항모를 겨냥한 것이겠죠.
미 공군대학 보고서 로켓군 61기지에 대한 설명 부분. /미국 공군대학
각 기지별 부분을 보면 가장 먼저 부대 편제표가 등장하고 이어서 부대의 내력과 배치된 미사일, 최근 동향 등을 담은 설명이 나와요. 이어 기지 사령부 주소와 좌표, 주요 산하 부대 위치도, 부대 지휘관과 주요 간부 이름 등이 나열됩니다. 꼭 빠지지 않는 게 위도와 경도가 표시된 좌표에요. 유사시 미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의 타격 목표라는 의미일 겁니다.
보고서에는 공개된 정보와 비공개 정보가 섞여 있습니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의 군사위성과 첨단 정찰기 등이 수집한 각종 전자정보, 전직 중국군 인사 등으로부터 얻은 첩보 등을 결합해 자료를 완성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해요. 더 정밀하고 직접적인 군사기밀은 포함하지 않았을 겁니다.
미 정보망에 발가벗겨진 로켓군
미국이 시 주석 연임 확정 직후 이 보고서를 내놓은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거에요. 시 주석은 이번 20차 당 대회를 통해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허웨이둥 전 동부전구 사령관을 선임했습니다. 동부전구는 대만 침공 주력부대로 30만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죠. 이 전구 사령관 출신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앉혔다는 건 시 주석이 직접 대만 침공을 지휘하는 수직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내에 대만 무력 침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죠.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임된 허웨이둥 전 동부전구 사령관(상장). /중국 국방부
미국이 중국 로켓군 부대 좌표를 찍어 발표한 이 보고서는 그에 대한 대답입니다. 전략미사일 부대인 로켓군의 조직과 기지 위치, 지휘관과 간부 신원 등 모든 정보를 발가벗기듯 드러내놓고 ‘우리 손바닥 안에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마라’고 공개 경고를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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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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