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도 한층 격화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면담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당국은 성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베이징 외교가와 중화권 매체 등에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23일 충칭(重慶)에서 권력서열 7위 안에 속하는 상무위원 4명이 참석하는 서부 대개발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베이징을 비운 상태다.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핵심 기술 극복에 노력하라”며 미국의 제재 돌파를 주문했다.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난다면 25일 오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근거로 중국 당국의 외교 레토릭의 변화를 든다. 지난 22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王毅) 중공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에 응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중·미 쌍방의 협의를 거쳤다”는 문구에서 진전됐다. 정식 초청 방문임을 밝힌 중국이 지난해에도 진행된 회동을 올해 취소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시 주석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는 점도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란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4일부터 2박 3일간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중동, 대만, 우크라이나, 남태평양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24일 홍콩 성도일보는 블링컨 장관의 의제 목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준비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4년 임기 중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바이든의 방중을 추진한다면,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시 주석과 블링컨이 만날 가능성도 높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최근 미·중 양국은 안보·무역·인권 등 각종 현안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러시아의 무역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의 일부 은행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제재 초안을 작성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전날인 22일 미 국무부는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무슬림 위구르족과 신장 자치구의 기타 소수 민족 및 종교적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다음날 중국 외교부는 대만, 민주인권, 노선과 제도, 발전 권리에 설정한 '레드라인'을 미국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맞받아쳤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양국은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美 사령관 "시진핑,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 지시"
한편 일본을 방문 중인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24일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아퀼리노 사령관은 전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 주석이 군에 2027년 (대만 침공을) 실행할 준비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며 "시 주석이 지시하면 군은 (침공에) 나선다"고 말했다.아퀼리노 사령관은 “(부동산 불황 등으로) 경제가 실패하고 있는데도 중국은 군사력에 계속 자금을 쏟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대만에 대한 군사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중국이 반도체 등 군민 양용 물품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민간 부문과 군사 부문이 융합되어 있다”며 수출이 기업 차원일 뿐 정부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는 중국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3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도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히는 등 중국에 의한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