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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27 08: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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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 주말 '연금 기습'…여당선 "떳다방 연금 쇼" 반격
내용

 

입력2024.05.27. 오전 5:00 수정2024.05.27. 오전 5:01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사흘 앞둔 정치권이 17년간 헛돌던 국민연금 개혁 이슈로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여당 안(案)대로 소득대체율 44% 안에 합의하자”고 제안한 게 불쏘시개가 됐다.

여야는 앞서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당은 소득대체율 43%, 야당은 45% 입장을 고수하며 22대 국회로 논의가 넘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 찰나, 여당 일각에서 ‘구조개혁 전제 44% 절충안’이 거론되자 이 대표가 이를 받겠다며 선수를 친 것이다. 예상 못 한 이 대표의 제안에 여권은 “정략적인 의도가 다분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6일 “22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금 개혁은 모수(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과 구조 개혁이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 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 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구조 개혁을 논의하지 않다가 돌연 모수 개혁부터 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거부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에서 최종안을 만들면, 정부 안과 함께 논의해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게 순리”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최우선으로 추진하자고 역제안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합의하지 못하는 건 (소득대체율) 1%포인트 수치 때문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등 구조 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주장은 연금 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22대 국회에서도 재구성하자”고 덧붙였다.

 

 

여권에선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도 쏟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얄팍한 술수”라며 “이 대표의 안을 덜컥 받으면 2027년까지 연금 개혁의 추가 동력이 사라진다”고 썼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수천·수백조 원이 오가는 연금개혁을 하루 이틀 만에 결정하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며 “청년의 미래가 달린 일을 마치 ‘떴다방’ 설치하듯 가볍게 다룬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여당에선 “넋 놓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재선 의원)는 기류도 적잖다. 그간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 개혁과 모수 개혁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은 현재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연금개혁을 미루려는 의도”라며 “17년 만에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치면 헌법상 의무를 해태(懈怠, 시일을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남은 사흘 동안 연금 개혁이 정치권의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할 연금 개혁 이슈를 왜 민주당에 빼앗긴 것인지 안타깝다”고 했다. 김미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4년간 소수당 의원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라며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적었다.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취지다.

 

기습에 가까운 이 대표의 연금 개혁 제안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야권 관계자는 “각종 특검법에 이어 연금 개혁 공전 책임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겨 다각도로 압박하는 차원”이라며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연금 개혁 이슈를 발판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4·10 총선 압승 이후에도 특검법 공세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내세워 천막 농성과 집회를 이어갔는데, 그 사이 지지율은 뚝뚝 떨어져 30% 안팎으로 정체됐고 내부에서도 “장외투쟁 일변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이를 탈피하자는 것으로, 당 관계자는 “특검법은 특검법대로, 연금 개혁 같은 민생과 직결된 이슈는 그것대로 밀고 가는 쌍끌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나 시민단체 등이 소득대체율 45%를 고집하는 중에 이 대표가 44%를 불쑥 던진 뒤 이슈 흐름이 바뀌면서 이들의 반발이 더뎌지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금 개혁 논란이 이 대표의 연임설을 더 굳혔다는 반응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연금 개혁 같은 장기적 과제에 특위 관계자가 아닌 이 대표가 직접 참전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향후 당을 좀 더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손국희ㆍ박태인ㆍ정용환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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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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