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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29 1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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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연금개혁 액셀 밟던 정부, 한 달 만에 속도 조절 '돌변'…왜?
내용

 

입력2024.05.28. 오전 11:37 수정2024.05.28. 오후 1:58

 

 

정부 "연금개혁 적극 지원→22대 국회서 논의"
尹 "22대 국회서 논의"에 공식 입장도 따라가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구조개혁 병행 필요 판단
국민연금·기초연금 관계, 특수직역 연금 살펴야
국회 통과 전망 '어두워'…물리적으로 시간 부족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4.05.27. xconfind@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국회 연금개혁을 두고 정치권의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마저 '신중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며 속도를 내던 한 달 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과 정부는 하루 앞둔 21대 국회 종료 전에 연금개혁을 처리하기보다는 다음 국회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시민대표단 숙의 토론회 때까지만 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국회 연금특위 토론회 결과에 발맞춰 정부도 연금개혁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기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바뀌었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연금개혁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에서 좀 더 논의해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이 다음 날인 30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22대로 넘기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연금개혁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다. 정부도 적극 협조하고 참여하겠다"고 수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자 정부 공식 입장도 '22대 국회서 논의'로 뒤따라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 만들면 70년을 끌고 가야 하는 계획인데, 이것을 21대 국회 연금특위 성과로 조급하게 마무리할 게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말했다.

이후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22일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더 토론하고 논의해서 합의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같이 하려면 어렵겠지만, 보험료 인상 속도 등도 같이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더 토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연금개혁 국회 처리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구조개혁 병행'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의 비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50%로 올리자고 주장해 왔다. 이는 네 차례 숙의토론회에 참여했던 시민대표단 500인 중 56.0%가 찬성한 안이다.

그러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국민의힘이 제시한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을 43%로 제시했다가 44%까지 절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수용 입장에도 여당은 '구조개혁'을 이유로 다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모수개혁만으로는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 여명 고려, 각종 특수직역 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연금을 도입해 구연금을 분리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민연금을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래 세대는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로 올려 '낸 만큼 받아 가는' 완전 적립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반면 기존 세대인 구연금에 대해서는 609조원을 정부가 투입해야 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는 추가 재정 투입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29일에라도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연금개혁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번 국회 통과는 힘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인 데다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거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다만 22대 국회로 밀릴 경우 연금개혁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개혁특위 위원 13명 중 7명이 22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해 백지화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나온다. 여기에 원구성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연금개혁특위를 다시 구성하기까지도 상당 시간 소요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박영주 기자(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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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