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법·절차 따라 했다” 밝혀
8월 방송사 사장 교체 때 진통 예상
이진숙(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31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선임안 등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지만 여야의 대치 속에 대통령이 임명한 ‘2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 제공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취임으로 ‘2인 체제’가 된 방통위가 곧바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13명 추천·선임안을 의결했다. 두 사람 임명부터 회의 소집, 안건 의결까지 약 10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이후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과 절차에 따라 했다”고 말했다.
이날 KBS(7명)와 방문진(6명) 모두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뤄졌다.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방문진 이사의 경우 방통위가 바로 임명한다. 방통위는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후임을 추천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연장된다.
두 이사회 모두 여권 추천 이사들 및 임기 연장 이사들만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8월 중(방문진 12일·KBS 31일)부터 방송사 사장 교체를 비롯한 주요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야당이 탄핵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사퇴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탄핵안을 꺼내면 곧바로 자진 사퇴를 택했던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탄핵 정당성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제대로 가려보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후 24시간 뒤부터는 탄핵안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또 대전MBC 사장 시절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방통위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및 KBS 이사진 임명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송 주체는 이사 선임 탈락자 등이 될 수 있다. 새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진이 MBC 사장 해임 등 ‘액션’에 나설 경우 해임 조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다시 한번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MBC 사장 교체 등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를 저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도 이후 사장 인선 등은 새로 인선된 이사진에 의해 이뤄지는데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사장 해임 등 문제가 이 위원장의 손을 떠나 진행되기 때문에 탄핵으로도 저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 남발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연거푸 강행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야당 추천 2인과 함께 여당 추천 1인의 방통위원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5인 체제’를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