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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8-15 10: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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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런 광복절은 처음'…野 사라지고 반으로 갈린 대한민국
내용

 

입력2024.08.15. 오전 7:01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에 '두 동강' 광복절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모습. / 사진=뉴스1

 

79주년을 맞은 광복절이 야당 및 광복회장 등의 불참으로 '반쪽' 오명을 쓰게 됐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서 비롯된 갈등이 결국 봉합되지 않으면서, 광복절 경축식 행사는 두 개로 쪼개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독립운동단체가 개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해 따로 광복절을 기릴 예정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코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반쪽짜리 행사로 만들 셈이냐? 지금이라도 자신이 자초한 이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이 임명한 친일 인사들을 경질하시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김 장관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관장이 취임 일성으로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에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뒤 야권의 반발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이 정부 주최 광복절을 보이콧하고 별도로 진행하는 기념행사에 참여한다.

독립운동 단체를 대표하는 광복회 역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광복회를 비롯해 37개 독립운동단체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로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한다.

광복회가 정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1965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광복회는 오전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항단연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제외한 야당과 독립운동 단체들은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4일 CBS 라디오에 나와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그냥 하나의 인사로 단정하지 않는다. 이는 거대한 음모 속에 한 부분"이라며 "그분(김 관장)의 목적은 이승만 대통령은 훌륭한 분이라며 건국 대통령으로 신격화시키는 한편 백범 김구 선생은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부친으로,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기도 한 이 회장은 '김 관장 뒤에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에 대해 광복회가 진행하는 기념식에서 밝히겠다고도 했다. 그는 "제 자식의 은사이고 윤 대통령의 은사이고 또 제 친구인 그분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분에게도 누가 될 것 같아서 얘기하지 말고 그냥 가슴에 담고 있자고 생각했었는데 부득이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독립운동 단체들은 '김형석 관장 경질'만을 유일한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 관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여야 함께 광복절 경축식을 기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역시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는 고려하지 않았다. 김 관장 임명을 둘러싼 주장이 일방적이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관장도 "광복회가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심정으로 따르는 모든 국민은 전부 뉴라이트라고 매도하고 친일파라고 공식을 세워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그는 14일 MBC 라디오에서 "광복회가 뉴라이트를 가르는 9가지 기준을 발표했는데 아주 자의적이고 편파적 해석"이라면서 "저는 김구 선생을 따르는 분과 이승만 대통령을 따르는 분 사이 화해가 없이는, 두 분을 우리가 함께 존중해주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염려하는 학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영 대결 중앙에 서서 받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오해들을 많이 받고 있다. 사실도 많이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몇 년간 계속 고조되던 여야 갈등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여야가 대화 없이 갈등만 빚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 않나"라며 "사실 이번 논란은 여야 갈등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쌓이고 쌓인 갈등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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