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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15 11: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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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KAIST, 난치성 뇌전증 유전자 돌연변이 규명… 치료제 개발 속도 낸다
내용

 

입력2023.02.15. 오전 11:16

 

신경전달 단백질 돌연변이 선택적으로 수집
뇌전증 유전적 진단율 80%로 높여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뇌 조직 연구로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방법 모식도. /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뇌 질환인 뇌전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뇌세포 내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뇌 조직 연구로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돌연변이 검출은 뇌전증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까지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신경질환이다. 유병률은 0.5~1%로,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있다. 국내에서는 30만~40만 정도의 환자가 있으며, 치매와 뇌졸중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신경질환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는 20개가 넘는다. 기존 항경련제는 뇌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 증상을 예방할 뿐이다. 뇌전증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몰라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인한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들이 가진 질환은 국소피질이형성증이다. 국소피질이형성증은 태아의 뇌 발달과정에서 대뇌 피질이 국소적으로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며 뇌전증 발작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국소피질이형성증은 아직 치료제가 없으며, 뇌 절제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재발 환자 비율이 30~40%에 이른다.

연구팀은 국소피질이형성증이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인 엠토르(mTOR)의 경로에 있는 유전자들에 특이하게 돌연변이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이미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로 국제뇌전증협회(ILAE)가 지난해 국소피질이형성증에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적용했지만, 아직 유전적 진단율이 50%에 그치고 있다.

연구팀은 전체 뇌세포 1% 이하의 극미량 뇌세포에서 돌연변이를 가지면 발작을 초래한다는 점에 착안해, 엠토르 경로의 이상을 갖는 뇌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진단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 19명의 뇌 신경세포의 엠토르 활성화 신호를 표시하고, 세포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유세포 분석기로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명 환자 중 30%는 극미량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20%는 엠토르 억제 유전자인 ‘GATOR1′ 복합체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 뇌 은행으로부터 공여받은 3명의 환자 뇌 조직에서 연구팀의 방법을 이용해 모두 유전적 진단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뇌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 기존 방식보다 돌연변이를 약 34배 민감하게 검출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소피질이형성증의 유전적 진단율은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뇌전증 유전적 진단 정확도를 높이면서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KAIST 교원 창업기업 소바젠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목표로 하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에 활용된다.

연구 결과는 신경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Annals of Neurology, DOI: https://doi.org/10.1002/ana.26609
 

송복규 기자 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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